
전남 담양군 무정면 주민들이 26일 오전 담양석재 정문을 가로막고 쇄석기 설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친환경 딸기·멜론 농사지역에 분진 유발 안돼”
무정면 10개 마을 주민들 대대적 ‘경운기 시위’
무정면 10개 마을 주민들 대대적 ‘경운기 시위’
26일 아침 8시반 전남 담양군 무정면 안평리 491-5 야산 자락. 담양~옥과를 잇는 13번 국도와 영산강 상류인 오례천에 맞닿은 한가한 농촌지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인근 안평·평지·공산·봉안리 등지에서 출발한 경운기들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주민들을 담양석재 공장 정문으로 실어 나르느라 부산했다. 주민들은 금세 10개 마을 200여명으로 늘었고, 일대 도로는 이들이 몰고온 경운기·콤바인 등 농기계 50여대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청정지역 무정면에 공해시설 웬말이냐’는 펼침막을 들고 사흘 동안의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장단, 번영회, 농민회, 청년회, 축산계, 작목반 등이 두루 참여한 무정면 환경오염시설 설치 반대대책위를 꾸리고 △쇄석기 설치 반대 △석재공장 이전 △행정소송 제기 △군수·의원의 각성 등을 촉구하는 주민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곳은 친환경 농법으로 방울토마토, 멜론, 딸기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청정지역”이라며 “소음, 진동, 분진, 수질오염 등 환경 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주민 김용희(61)씨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쇄석기를 설치해 민심이 흉흉하다”며 “이곳의 한우, 멜론, 딸기가 시장에서 외면받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담양석재는 3.5㎞ 떨어진 덕곡리 채석장에서 캐낸 돌을 터 1만7천㎡인 공장으로 옮겨 시간당 600t을 처리하는 쇄석기로 건축용 골재를 생산한다. 회사 쪽은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 쇄석기를 설치하기 위한 공작물 축조신고를 했으나 ‘농림지역’이라는 이유로 반려 처분을 받았다. 회사 쪽은 이곳이 1988년부터 창업계획을 승인받아 공장용지로 활용된 만큼 농림지역으로 묶어둔 것은 행정의 잘못이라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런 과정에서 회사 쪽은 4월 중순 서둘러 쇄석기를 들여놨고, 담양군이 회사 쪽을 건축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반려 처분에 불복해 회사 쪽이 낸 행정심판의 결과도 불씨가 됐다. 전남도 행정심판위는 7월31일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회사 쪽은 이를 근거로 공작물 축조 신고를 다시 내고 지난 13일부터 쇄석기를 부분 가동해왔다. 당연히 주민의 반발과 시위가 뒤따랐다.
김승철 담양석재 대표는 “군 쪽이 행정심판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게 놀라울 뿐”이라며 “소음이나 분진 등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고 쇄석기 설치 뒤 5개월을 기다렸는데도 해결 전망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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