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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간부 공무원 언론기고, 직원에 ‘대필’ 빈발

등록 2008-08-27 18:11

광주시 등 국실장 인사평가 반영…대필 전담요원까지
여수시장 글 종교편향 파문일자 “직원이 썼다” 책임미뤄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이나 국장급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부하가 대신 써준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신문에 발표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현섭 여수시장은 최근 기독교신문 <크리스찬 투데이>에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하느님의 큰 선물이며 주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박람회가 되도록 준비하겠다”는 내용으로 기고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조계종에서 종교편향을 항의하는 공문을 보내고, 누리꾼들이 여수시청 누리집에 잇따라 비판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커지자 부하 직원이 쓴 글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광주시에서도 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이 한달 평균 20~30차례 광주시정을 홍보하는 기고문을 지방신문에 싣고 있다. 글감은 주로 2015년 유니버시아드 재도전과 저탄소 녹색도시 조성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이 올해 들어 기고한 유니버시아드 재도전 기고문만도 20여차례에 이른다. 한 국장은 여러 신문에 유니버시아드 재도전 기고문을 다섯 차례 싣기도 했다.

광주시청 내부전산망의 시정뉴스방에는 이 기고문들이 기사파일 형태로 올라 있다. 이런 외부 기고 실적은 국실장 평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업무에 바쁜 간부들을 위해 부서별로 기고문을 대신 써주는 전담요원이 정해져 있을 정도다. 대부분 국장들은 부하 직원이 초안을 잡아오면 수정하거나 가필하는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만, 일부는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기고의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나타난다.

공직 사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고문 대필 행위는 민선시대 개막 이후 단체장들이 주요 정책이나 사업의 홍보를 다그치면서 심화됐다. 단체장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장급 공무원들이 심한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무원 ㄱ씨는 “글에는 생각이나 의견뿐 아니라 문체와 습관도 담겨 있어 작성자를 속이기 어렵다”며 “중앙의 관계나 학계가 논문 대필로 떠들썩한데도 지방의 공직사회는 끄떡도 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이런 일을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ㄴ씨는 “간부의 대필 요구를 부하가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문제가 생기면 호된 질책을 들어야 한다”며 “우선 간부 공무원이 각성해야 하고, 공무원 윤리강령을 구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종욱 광주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대필이 만연해 있는데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이런 부끄러운 도덕적 해이는 정직과 명예가 생명인 공직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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