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이 크게 이주한 세 곳에서 잇따라 백제 관련 축제가 벌어진다. 백제 초기 500년 동안의 수도였던 서울 송파에서는 ‘한성백제문화제’(왼쪽 사진), 각각 두번째와 세번째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에서는 ‘백제문화제’(아래 사진), 백제 멸망 뒤 백제인들이 대거 이주한 일본 나라에서는 ‘헤이조코 천도 1300년 축제’(오른쪽 사진)가 열린다. 사진 송파구 제공, 송인걸 기자
나라안팎 백제문화제 봇물
서울 송파구 근초고왕 개선행렬
공주·부여 백제 무왕 즉위식 재현
일본 나라현 헤이조코 천도 축제
해상교류왕국 재조명 계기될 듯 ‘백제’가 나라를 잃은 지 1300여년만에 한반도와 바다 건너 일본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울과 공주·부여, 일본 나라에서 잇따라 열리는 백제 관련 축제는 700년 동안 계속된 백제의 건국과 발전, 좌절, 부흥, 멸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는 26일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제9회 한성백제문화제는 만주 일대의 부여와 고구려에서 갈려져나온 백제의 시조인 온조와 어머니 소서노, 백제 최대 전성기를 연 근초고왕 등 백제 건국부터 고구려의 장수왕에게 한강 지역을 빼앗길 때까지 500여년의 역사를 기리는 축제다. 온조가 고대국가의 터를 일군 하남위례성 유적인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의 올 주제는 근초고왕(?~375)이다. 그는 중국의 산둥, 랴오둥에 이르는 초기의 거대한 백제를 건설한 인물로 알려졌다. 28일 올림픽공원 네거리에서 평화의 문 광장까지 1.5㎞ 구간에서는 주민·학생·연기자 등 2000명이 참여하는 근초고왕 개선 행렬이 펼쳐진다.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는 근초고왕 열병식과 투석기 등 무기 전시회, 백제 전성기를 재현한 역사극을 구경할 수 있다. 한성(위례성)이 고구려 장수왕에게 무너진 뒤 백제인들이 천도한 충남 웅진(공주)과 사비(부여)에서는 오는 3일부터 제54회 백제문화제가 10일 동안 열린다. ‘700년 대백제의 꿈, 교류왕국 대백제’를 기치로 내 건 이 문화제는 천년 혼불 채화를 시작으로 백제 기마군단의 행진이 펼쳐진다. 백제 기마군단은 말 185필의 기마군과 보병 등 500여명으로 꾸려졌다. 이어 화려한 백제 문화를 상징하는 금관, 금동대향로, 연꽃와당 문양 행렬이 이어지고 왕과 왕비가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태학사, 박사 등 문무백관, 시녀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한다. 전통복식은 역사 기록 및 발굴 유물과 학계의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 11일 부여에서는 백제 무왕 즉위식이 재현되는데 세계 각국의 축하 사절이 인사함으로써 동아시아 세계와 교류한 백제의 위상을 선보인다. 또 4일 충남 논산 논산천 일대에서는 5천 결사대의 황산벌 전투가 재현된다. 계백 역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종상 역을 열연한 탤런트 임혁씨가 맡아 호국에 목숨바친 5천 결사대의 최후를 장엄하게 보여준다.
이번 축제 기간에 백제마을로 탈바꿈한 공산성 안 마을에서는 백제군 교대식과 각종 백제 체험 행사가 매일 열리며, 공산성 앞 웅진강에서는 수만개의 등으로 장식된 부교(뜬다리)가 설치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일본 나라현에서는 백제의 역사와 관련 깊은 ‘헤이조코(平城宮) 천도 1300년 축제 500일전 기념식’이 열렸다. 헤이조코는 710년 일본 최초의 율령국가가 나라현에 천도한 뒤 세운 궁이다. 일본 문화재청은 1955년 발굴에 들어가 동서 1.3㎞, 남북 1㎞에 주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형으로 건설된 도시 유적을 찾아냈다. 나라현은 천도 1300년을 기념해 헤이조코 정문인 주작문을 복원한 데 이어 정전인 다이고쿠텐(大極殿)을 복원하고 2010년 1년 동안 축제를 열 예정이다. 헤이조코는 백제인들이 꽃피운 아스카 문화를 발판으로 건설됐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자 2만명에 이르는 백제 유민이 일본으로 이주해 아스카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라현 곳곳에는 도우다이지(東大寺), 고우후쿠지(興福寺), 야쿠시지(藥師寺) 등 백제인들의 손길이 닿은 고찰들이 남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호류지(法隆寺)에는 백제 위덕왕의 아들 아좌태자가 백제에서 가져온 구세관음상,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 벽화(불탄 뒤 복구)가 유명하다. 구세관음상은 애초 위덕왕이 신라와의 전쟁에서 숨진 아버지 성왕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위덕왕의 아들 아좌태자가 쇼토쿠태자의 스승으로 일본에 갔다가 할아버지 성왕과 쇼토쿠태자가 닮은 것으로 보고 이 구세관음을 일본에 가져갔고, 이를 받은 쇼토쿠태자는 호류지를 세워 성왕을 기렸다. 백제와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 가운데 하나다.
송인걸 김기태 기자 igsong@hani.co.kr
공주·부여 백제 무왕 즉위식 재현
일본 나라현 헤이조코 천도 축제
해상교류왕국 재조명 계기될 듯 ‘백제’가 나라를 잃은 지 1300여년만에 한반도와 바다 건너 일본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울과 공주·부여, 일본 나라에서 잇따라 열리는 백제 관련 축제는 700년 동안 계속된 백제의 건국과 발전, 좌절, 부흥, 멸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는 26일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열리는 제9회 한성백제문화제는 만주 일대의 부여와 고구려에서 갈려져나온 백제의 시조인 온조와 어머니 소서노, 백제 최대 전성기를 연 근초고왕 등 백제 건국부터 고구려의 장수왕에게 한강 지역을 빼앗길 때까지 500여년의 역사를 기리는 축제다. 온조가 고대국가의 터를 일군 하남위례성 유적인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에서 열리는 이 축제의 올 주제는 근초고왕(?~375)이다. 그는 중국의 산둥, 랴오둥에 이르는 초기의 거대한 백제를 건설한 인물로 알려졌다. 28일 올림픽공원 네거리에서 평화의 문 광장까지 1.5㎞ 구간에서는 주민·학생·연기자 등 2000명이 참여하는 근초고왕 개선 행렬이 펼쳐진다.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서는 근초고왕 열병식과 투석기 등 무기 전시회, 백제 전성기를 재현한 역사극을 구경할 수 있다. 한성(위례성)이 고구려 장수왕에게 무너진 뒤 백제인들이 천도한 충남 웅진(공주)과 사비(부여)에서는 오는 3일부터 제54회 백제문화제가 10일 동안 열린다. ‘700년 대백제의 꿈, 교류왕국 대백제’를 기치로 내 건 이 문화제는 천년 혼불 채화를 시작으로 백제 기마군단의 행진이 펼쳐진다. 백제 기마군단은 말 185필의 기마군과 보병 등 500여명으로 꾸려졌다. 이어 화려한 백제 문화를 상징하는 금관, 금동대향로, 연꽃와당 문양 행렬이 이어지고 왕과 왕비가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태학사, 박사 등 문무백관, 시녀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한다. 전통복식은 역사 기록 및 발굴 유물과 학계의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 11일 부여에서는 백제 무왕 즉위식이 재현되는데 세계 각국의 축하 사절이 인사함으로써 동아시아 세계와 교류한 백제의 위상을 선보인다. 또 4일 충남 논산 논산천 일대에서는 5천 결사대의 황산벌 전투가 재현된다. 계백 역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종상 역을 열연한 탤런트 임혁씨가 맡아 호국에 목숨바친 5천 결사대의 최후를 장엄하게 보여준다.
이번 축제 기간에 백제마을로 탈바꿈한 공산성 안 마을에서는 백제군 교대식과 각종 백제 체험 행사가 매일 열리며, 공산성 앞 웅진강에서는 수만개의 등으로 장식된 부교(뜬다리)가 설치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일본 나라현에서는 백제의 역사와 관련 깊은 ‘헤이조코(平城宮) 천도 1300년 축제 500일전 기념식’이 열렸다. 헤이조코는 710년 일본 최초의 율령국가가 나라현에 천도한 뒤 세운 궁이다. 일본 문화재청은 1955년 발굴에 들어가 동서 1.3㎞, 남북 1㎞에 주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형으로 건설된 도시 유적을 찾아냈다. 나라현은 천도 1300년을 기념해 헤이조코 정문인 주작문을 복원한 데 이어 정전인 다이고쿠텐(大極殿)을 복원하고 2010년 1년 동안 축제를 열 예정이다. 헤이조코는 백제인들이 꽃피운 아스카 문화를 발판으로 건설됐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자 2만명에 이르는 백제 유민이 일본으로 이주해 아스카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라현 곳곳에는 도우다이지(東大寺), 고우후쿠지(興福寺), 야쿠시지(藥師寺) 등 백제인들의 손길이 닿은 고찰들이 남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호류지(法隆寺)에는 백제 위덕왕의 아들 아좌태자가 백제에서 가져온 구세관음상,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 벽화(불탄 뒤 복구)가 유명하다. 구세관음상은 애초 위덕왕이 신라와의 전쟁에서 숨진 아버지 성왕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위덕왕의 아들 아좌태자가 쇼토쿠태자의 스승으로 일본에 갔다가 할아버지 성왕과 쇼토쿠태자가 닮은 것으로 보고 이 구세관음을 일본에 가져갔고, 이를 받은 쇼토쿠태자는 호류지를 세워 성왕을 기렸다. 백제와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 가운데 하나다.
백제의 꿈, 1300년만에 다시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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