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부추기고 학교생활 비판도…정제 필요성 지적
‘배워서 남 주자’(초),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중),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다’(고).
무슨 말일까? 요즘 제주 지역 초·중·고교 교실에서 사용하는 학교 급훈이다. 학생들의 구체적이며 명시적인 목표나 다짐을 담는 ‘급훈’이 과거의 ‘명심보감’ 성격에서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 급훈 가운데는 지나치게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키거나 학교생활을 희화화하는 내용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사실은 제주도의회 강무중 교육의원이 30일 초등학교 106곳 1367개와 중학교 42곳 276개, 고등학교 28곳 233개, 특수학교 2곳 60개 등 모두 1936개의 급훈 내용을 조사해 비교·분석한 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강 의원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급훈 가운데는 ‘공부해야 밥 준다’(중), ‘낚이지 말자’(중), ‘공부해서 남 주자’(중), ‘담임이 뿔났다’(중·고) 등이 있는가 하면, ‘급훈 보냐? 칠판 봐라!’(고)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으로는 ‘꿈은 이루어진다’(초·중), ‘엄마가 보고 있다’(중·고) 등이 있고, 초등학교 1, 2학년 급훈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어린이가 되자’는 다소 어려운(?) 내용도 들었다.
일반계열 10개 고교에는 교훈은 있으나 급훈이 없고, 일부 학교는 모든 학년이 비슷한 급훈을 갖고 있는 사례도 조사됐다.
현재 급훈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담임교사가 학기 초에 생활지도 목적으로 정하는 일부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대부분 학급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토의를 거쳐 담임이나 학교장의 허가를 받은 뒤 결정한다. 학생들에게 위임하면 유행어를 따르고, 교육적이지 않은 내용이 끼어들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강 교육의원은 “급훈에는 개성있고 특색있는 학급 문화를 추구하려는 학생과 담임의 의지가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며 “도 교육청 차원에서 좋은 급훈 제정운동이나 아름다운 급훈 경진대회를 마련하는 등 교육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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