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졸업식 모습. 수피아여고 제공
개교 100돌 맞은 광주 수피아여중고
일제하 투옥·폐교…시련 딛고 졸업생 4만5천명
동문회, 10일 유진벨재단에 5천달러 기부 ‘보은’ 광주 여성교육의 보금자리인 수피아여중·고가 개교 100돌을 맞았다. 수피아는 1908년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 부부가 광주 양림산 자락의 사택 문간방에서 소녀 3명을 가르치면서 태동했다. 부부는 학교를 지으려고 미국 남장로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후원자인 스턴스 부인한테 하루 임금이 1달러이던 당시로서는 거액인 5000달러를 기부받았다. 1911년 가을 스턴스 부인의 죽은 여동생 제니 스피어(Jennie Speer)를 기념하는 3층 짜리 수피아(須彼亞)홀이 교사로 완공됐다. 이 때부터 학교 이름도 자연스럽게 수피아 여학교로 부르게 됐다. 이후 수피아는 4~6년제로 운영되다 1972년 중·고로 분리됐다.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내건 수피아는 일제 강점기에 모진 시련을 겪었다. 1919년 3·1운동 때는 전교생이 만세에 나섰다가 교사·학생 23명이 구속되면서 3년간 졸업생을 내지 못했다. 20년대 물산장려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항일에 앞장섰고, 1937년 9월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45년12월까지 8년 남짓 문을 닫아야만 했다. 수피아는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100년 동안 졸업생 4만5천여명을 배출했다. 동문 중에는 걸출한 민주인사였던 조아라 전 광주YWCA 회장을 비롯해 3·1운동을 주도한 박애순 여사, 한국여성학회장을 지낸 사회학자 조은 동국대 교수,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 공연에 나섰던 한류가수 김연자, 현역 여자농구 대표선수인 양정옥·이미선 씨 등이 눈에 띈다. 특히 58년 창단된 농구팀은 지난달 전국추계연맹전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전국대회를 5차례 제패하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 수피아는 오는 10일 광주시 서구 상무동 5·18기념문화회관에서 ‘오늘은 수피아, 내일은 세계로’라는 주제로 동문 2000여명이 참석하는 수피아 예술제를 마련한다. 동문들은 이날 유진 벨의 후손들이 설립해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을 펼쳐온 유진 벨 재단에 5000달러를 전달한다. 100년만에 보은을 하는 상징적인 후원이다.
이영현(65·광주보건대 교수) 총동창회장은 “한해 재학생이 초창기 60여명에서 어느덧 2000명으로 늘어났다”며 “수피아가 앞으로 100년은 세계를 무대로 사랑과 봉사를 펼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동문회, 10일 유진벨재단에 5천달러 기부 ‘보은’ 광주 여성교육의 보금자리인 수피아여중·고가 개교 100돌을 맞았다. 수피아는 1908년 미국인 선교사 유진 벨 부부가 광주 양림산 자락의 사택 문간방에서 소녀 3명을 가르치면서 태동했다. 부부는 학교를 지으려고 미국 남장로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후원자인 스턴스 부인한테 하루 임금이 1달러이던 당시로서는 거액인 5000달러를 기부받았다. 1911년 가을 스턴스 부인의 죽은 여동생 제니 스피어(Jennie Speer)를 기념하는 3층 짜리 수피아(須彼亞)홀이 교사로 완공됐다. 이 때부터 학교 이름도 자연스럽게 수피아 여학교로 부르게 됐다. 이후 수피아는 4~6년제로 운영되다 1972년 중·고로 분리됐다.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내건 수피아는 일제 강점기에 모진 시련을 겪었다. 1919년 3·1운동 때는 전교생이 만세에 나섰다가 교사·학생 23명이 구속되면서 3년간 졸업생을 내지 못했다. 20년대 물산장려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항일에 앞장섰고, 1937년 9월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45년12월까지 8년 남짓 문을 닫아야만 했다. 수피아는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100년 동안 졸업생 4만5천여명을 배출했다. 동문 중에는 걸출한 민주인사였던 조아라 전 광주YWCA 회장을 비롯해 3·1운동을 주도한 박애순 여사, 한국여성학회장을 지낸 사회학자 조은 동국대 교수,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 공연에 나섰던 한류가수 김연자, 현역 여자농구 대표선수인 양정옥·이미선 씨 등이 눈에 띈다. 특히 58년 창단된 농구팀은 지난달 전국추계연맹전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전국대회를 5차례 제패하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 수피아는 오는 10일 광주시 서구 상무동 5·18기념문화회관에서 ‘오늘은 수피아, 내일은 세계로’라는 주제로 동문 2000여명이 참석하는 수피아 예술제를 마련한다. 동문들은 이날 유진 벨의 후손들이 설립해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을 펼쳐온 유진 벨 재단에 5000달러를 전달한다. 100년만에 보은을 하는 상징적인 후원이다.
이영현(65·광주보건대 교수) 총동창회장은 “한해 재학생이 초창기 60여명에서 어느덧 2000명으로 늘어났다”며 “수피아가 앞으로 100년은 세계를 무대로 사랑과 봉사를 펼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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