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어 경연대회 한남대서 열려
7일 대전 한남대(hnu.ac.kr) 캠퍼스는 연필을 입에 물고 생각에 잠긴 외국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들은 제562돌 한글날을 앞두고 이 대학 한국어학당이 한국어세계화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연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다.
올해로 5번째인 이 대회에는 유학생 등 21개 나라의 247명이 참여해 말하기와 글짓기 부문에서 세종대왕상(대전시장상), 한글상(한남대 총장상), 훈민정음상(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연단에서는 말하기 행사에 도전한 외국인들이 우리말로 ‘내가 만일 세종대왕을 만난다면’, ‘문화차이 극복하기’를 주제로 5분간 말하기나 2~3명이 역할극을 하며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겨뤘다.
일본에서 온 한 여학생은 ㄹ받침을 말할 때마다 연음화가 안돼 얼굴을 붉혔고, 다른 필리핀 유학생은 ‘~습니다’를 한꺼번에 발음하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지만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글짓기에 나선 외국인들은 잔디밭을 차지하고 앉아 ‘어머니’, ‘약속’을 주제로 글을 쓰며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한국에 온 지 7개월 째라는 안나(22·카자흐스탄)씨는 “여름에 바닷가에 가서 놀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일을 쓰려고 하는데 해가 지는 모습과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내며 발을 간지럽히던 것을 한국말로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사전을 뒤적거렸다.
대회 대상(세종대왕상)은 ‘문화 차이로 발생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이야기한 단 데일 아빌라(23·필리핀·한남대 재학)씨와 ‘엄마의 디엔에이’를 쓴 오가와 카지에(22·일본·금강대 재학)씨가 각각 수상했다.
오가와 카지에씨는 “엄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유학오게 됐다. 엄마에게 상받았다고 한글 편지를 쓰겠다”며 기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한남대 제공
오가와 카지에씨는 “엄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유학오게 됐다. 엄마에게 상받았다고 한글 편지를 쓰겠다”며 기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한남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