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황산면 주민 20여명이 지난 8일 황산면사무소 회의실에서 마당극 대본을 들고 연습하고 있다. 해남군 황산면사무소 제공
‘명량대첩 축제’ 마당극 참여 해남·진도 사람들
첫 공연 어색함도 잠시…즉흥연기 재미 ‘쏠쏠’
“처음에는 마당극이 되겠느냐고들 했지요. 뭘 해도 자연스럽들 않고 쑥스럽기만 하고…. 근디 하다 봉게 욕심도 생기고, 이젠 잘하고 싶네요.”
지난 7일 저녁 7시 전남 해남군 북일면 면사무소 2층 민원실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11~14일 진도 녹진광장에서 열리는 명량대첩 축제의 마당극 잔치 ‘명량21품 공연’에 출연하는 주민 10여 명이 모여 연습에 들어갔다.‘정장군 투구봉 전설’이라는 작품에서 임금 역을 맡은 김효순(52)씨가 “나서방! 그만 나서고, 들어가 봐. 한번만 더 나서면 짤라부러 잉~. 나가 임금이여. 임금이 내 맘대로도 못해?”라며 상대역에게 호통을 쳤다. 면 소재지 정류장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슈퍼를 운영하는 최정애(54)씨와 문종필(50)씨는 주연급인 주모와 정장군 역을 맡았다. 마승미(37·설아다원)씨는 “한번도 해보도 안해서 눈앞이 캄캄했어요. 대본도 잘 안외워져 잊어 불기도 해요. 아마 작품은 당일 날이나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명량대첩 축제를 앞두고 해남·진도 주민들이 마당극 배우로 대거 출연한다. 해남 14개 읍·면과 진도 7개 읍·면 주민들은 마을에 전해져 오던 설화와 전설을 소재로 한 마당극을 들고 나간다. 유명 연예인을 대거 초청하는 다른 지역 축전과 달리 주민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최솔(51)씨는 지난 4월부터 마을의 전설과 설화를 모아 대본을 쓴 뒤, 지난달 초부터 마을별로 돌아가며 주민들을 만나 연기를 돕고 있다. 최씨는 “처음엔 겁을 내며 자기 대사를 짧게 해달라고 하던 분들이 이젠 대사를 즉흥적으로 추가할 정도로 즐긴다”고 말했다.
“마당극이 재미는 있는데, 제대로 할랑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모두들 평소에도 연극 말투로 말할 정도로 빠져 있어요.”
해남군 황산면 부곡리 이장 문형숙(41)씨는 마늘·양파 파종 등 농삿일을 끝내고 매일 저녁 무렵 면사무소 2층 민원실로 가 마당극 연습을 한다. 풍물패로 함께 활동했던 문씨 등 주민 20명은 이젠 전문 작가의 대본에 즉흥적으로 살을 붙일 정도로 숨겨진 끼가 발동하고 있다. 진도에서 준비하는 ‘다시래기’나 ‘소포 걸궁농악’, ‘배동 두레놀이’ 등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을 정도로 작품성이 높다. 이번 마당극 잔치의 최고령 ‘주민 배우’ 박춘엽(73·진도읍)씨는 ‘서외 도깨비 굿’이라는 마당극에서 생전 처음으로 검은색 가면을 쓴 도깨비 역할을 맡아 배우로 변신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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