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시골마을 꿈, 그림으로 키운다

제1회 정뱅이마을예술제를 앞두고 지난 25일 주민과 작가들이 마을 담장을 함께 만들고 있다. 정뱅이마을공공미술프로젝트 제공

대전 정뱅이 마을 ‘작은 예술제’

주민·예술인들 어울려 준비
도농교류·농촌 활성화 목적
소나무 벽화·꽃담장 등 전시

물길을 건너 보이는 마을은 산을 등지고 처마를 내민 지붕들이 나지막하다. 감나무엔 빨갛게 익은 까치밥이 여남은 개씩 매달렸다. 영화 ‘클래식’이 촬영됐던 곳으로 벌곡천과 두계천이 호수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이곳 대전시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28일 작은 예술제가 열린다.

전시품은 담장 7곳과 새장을 닮은 조형물, 마을 주민들과 그림쟁이들이 어울려 만든 들꽃액자, 그리고 큼지막한 벽화다.

30년 된 새마을 담장을 헐자 초겨울 햇살에 작은 장독대가 예쁘게 반짝인다.

보이는 듯, 가려진 듯한 새 담장이 들어섰다. 목판 담장, 돌망태 담장, 꽃담장이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창문 같은 소통구멍이 나있는 나무 담장이 지붕 밑으로 이어진다. 그 옆에 낙락장송 한그루가 서있다.

“저기 모자 쓴 이가 그렸는데 솔거보다 백배는 나.”

주민들은 홍성표씨 작품인 소나무 벽화를 가리키며 솔거와 담징이 이걸 봤으면 울고 갔을 거라고 자랑한다.

다른 집 벽에는 흐드러진 꽃들이 가득한 꽃병이 그려져 있다. 찍어내듯 그린 꽃병과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꽃과 풀이 마치 그리스 벽화 같다. 허수아비와 쇠똥구리가 주인공인 작품도 있다.

정뱅이마을 축제는 이번이 처음으로 ‘마음속에 마음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람은 저마다 가슴 속 깊이 이야기 보따리가 있는데 정뱅이에서 그 보따리를 풀고 서로 이야기에 귀기울이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 마을은 환경단체의 환경체험장이 될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축제는 마을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도농교류와 농촌 활성화를 바라는 한마음으로 준비했다.

“이 축제는 단순한 미술행사가 아닙니다. 농촌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공공미술을 통해 농촌문화환경을 개선해 농촌이 꿈을 키우려는 겁니다.” 임재일(목원대 교수) 정뱅이마을예술제 총감독의 말이다.

8년 전 이 마을 주민이 된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시골은 낙후된 곳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삶의 대안을 발견하는 공간”이라며 “대전 주변의 작은 마을이 창조적인 곳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뱅이 마을 가는 길은 대전 가수원 4거리에서 장태산 가는 길로 달리다 흑석 4거리에서 직진해 1분쯤 뒤에 나타나는 왼쪽 길로 꺾어 작은 저수지 샛길로 접어들면 금방이다.

그런데 축제한다더니 겨우 이것뿐이냐고? 끼 넘치는 작가 22명과 덩달아 신바람난 주민 67명이 모두 나섰는데 그럴 리 없다. 그간의 준비 과정을 촬영한 사진전, 나무 깎고 흙을 빚어 무엇이든 만드는 일은 눈빛 선한 이들이 방문객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송인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