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금탄동 어르신들이 지난달 27일 우금치 단원들에게 10개월여 배운 지신밟기와 설장구 공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민족예술단 우금치 제공
9개원 갈고닦은 전통가락 선보인 대전 판암동 어르신들
고깔모자·분칠에 부끄럼 사라지고 신명나게 ‘얼쑤’
‘우금치’ 예술단 헌신에 “내년에도 해봤으면” 아쉬움 “안 힘들어. 팔이 시원하기만 하구만.” 18일 오전 대전 동구 판암동 다기능종합복지관. ‘궁 구 궁 구궁 구 궁 구궁 따 구’ 박연숙(73) 할머니는 설장구 가락을 두들기면서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는 판암동 어르신 20여명이 지난 3월부터 짬짬이 연습한 ‘지신밟기 잡색놀이’와 ‘설장구’를 손주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 어르신들은 서로 풍물패 옷에 빨강, 노랑, 검정 띠를 두르고, 고깔모자 아래 뽀얀 분을 바른 차림새가 어색하다며 뒷걸음질치더니 징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자 신명난 가락을 두드리며 즐거워했다. 오랜 연습을 한 ‘지신밟기 상제놀이’는 200여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인석이 할머니는 연습한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웃음으로 대신했고,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박연숙 할머니는 차렷 자세로 책 읽듯 10초 만에 대사를 다 말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휴~ 생각 같지 않네. 쑥스럽구먼. 하하.” 어르신들의 공연은 민족예술단 우금치(wukumchi.co.kr) 단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우금치는 올해 문화관광부, 대전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협력으로 사회교육사업을 맡아 동구 판암동을 비롯해 유성구 대동, 대2동, 금탄동 등 지역 주민들에게 전통 예술을 가르쳤다. 대전이지만 외진 농촌마을이다 보니 농번기에는 많은 분이 빠지고 평균 70대 어르신들이 배우다 보니 진도는 더뎠지만 열의와 정이 넘쳤다. 우금치 김황식(43·금탄동 담당)씨는 “고구마 캤다고 가져오시고 배추도 주시고 햅쌀 수확했다고 몇 되씩 들고 오는 분도 계셨다”며 “2채, 3채 과정을 넘길 때마다 ‘해냈다’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전통연희를 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금치 강습은 다음주 월요일을 끝으로 마감된다. 신점식(70·금탄동) 할머니는 “휘모리하고 자진모리까지는 배웠는데 굿거리가 영 힘들다”며 “내년에도 저 양반들에게 장구를 배워 소리하며 장구 쳐 보는 게 소원”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우금치는 지난 1990년 대전에서 창단한 전통 마당극단으로 ‘두지리 칠석놀이’, ‘형설지공’, ‘꼬대각시’, ‘쪽빛황혼’, ‘우리동네 갑오년’, ‘아줌마 만세’, ‘청아 청아 내 딸 청아’ 등 20여편의 마당극을 창작해 국내·외에서 1700회 공연을 펼쳤다. (042)934-9394.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우금치’ 예술단 헌신에 “내년에도 해봤으면” 아쉬움 “안 힘들어. 팔이 시원하기만 하구만.” 18일 오전 대전 동구 판암동 다기능종합복지관. ‘궁 구 궁 구궁 구 궁 구궁 따 구’ 박연숙(73) 할머니는 설장구 가락을 두들기면서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는 판암동 어르신 20여명이 지난 3월부터 짬짬이 연습한 ‘지신밟기 잡색놀이’와 ‘설장구’를 손주들과 동네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 어르신들은 서로 풍물패 옷에 빨강, 노랑, 검정 띠를 두르고, 고깔모자 아래 뽀얀 분을 바른 차림새가 어색하다며 뒷걸음질치더니 징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자 신명난 가락을 두드리며 즐거워했다. 오랜 연습을 한 ‘지신밟기 상제놀이’는 200여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인석이 할머니는 연습한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웃음으로 대신했고,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박연숙 할머니는 차렷 자세로 책 읽듯 10초 만에 대사를 다 말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휴~ 생각 같지 않네. 쑥스럽구먼. 하하.” 어르신들의 공연은 민족예술단 우금치(wukumchi.co.kr) 단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우금치는 올해 문화관광부, 대전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협력으로 사회교육사업을 맡아 동구 판암동을 비롯해 유성구 대동, 대2동, 금탄동 등 지역 주민들에게 전통 예술을 가르쳤다. 대전이지만 외진 농촌마을이다 보니 농번기에는 많은 분이 빠지고 평균 70대 어르신들이 배우다 보니 진도는 더뎠지만 열의와 정이 넘쳤다. 우금치 김황식(43·금탄동 담당)씨는 “고구마 캤다고 가져오시고 배추도 주시고 햅쌀 수확했다고 몇 되씩 들고 오는 분도 계셨다”며 “2채, 3채 과정을 넘길 때마다 ‘해냈다’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전통연희를 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금치 강습은 다음주 월요일을 끝으로 마감된다. 신점식(70·금탄동) 할머니는 “휘모리하고 자진모리까지는 배웠는데 굿거리가 영 힘들다”며 “내년에도 저 양반들에게 장구를 배워 소리하며 장구 쳐 보는 게 소원”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우금치는 지난 1990년 대전에서 창단한 전통 마당극단으로 ‘두지리 칠석놀이’, ‘형설지공’, ‘꼬대각시’, ‘쪽빛황혼’, ‘우리동네 갑오년’, ‘아줌마 만세’, ‘청아 청아 내 딸 청아’ 등 20여편의 마당극을 창작해 국내·외에서 1700회 공연을 펼쳤다. (042)934-9394.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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