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가들의 창작의 산실로 거듭난 가창 창작스튜디오 앞에 선 입주 작가들.
아이들 크던 곳에서 창작열 새록새록
58년 전통 가창 ‘우록분교’ 미술스튜디오 탈바꿈
교실은 작업실·과학실은 갤러리…“소통 큰 장점”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에서 청도방면으로 6㎞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가창 창작스튜디오란 작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현미협·회장 이태현)는 지난해 5월 폐교된 대구 가창초등학교 우록분교를 새로 꾸며 창작스튜디오와 갤러리 ‘스페이스 가창’으로 멋지게 바꾸어 냈다. 1949년엔 우록국민학교로 개교해 50년동안 171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농촌공동화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1999년 가창초등 우록분교로 개편됐다가 지난해 3월 폐교됐다. 풍치좋은 시 외곽에 위치했지만,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이 학교를 창작스튜디오로 활용하자는 현미협의 제안을 대구시가 받아들여 지원하면서 창작스튜디오로 변신하게 됐다. 분교치고는 큰 운동장의 멋진 조경은 그대로 살려 금세라도 학생들이 뛰쳐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학년을 표시하던 팻말 대신 입주작가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각 교실은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갤러리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방문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가창 창작스튜디오는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연다. 젊고 유능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가창 창작스튜디오는 이달에 4기생들이 입주했다. 기수별로 6개월씩 입주하는데 4기를 포함해 현재까지 스튜디오를 활용한 젊은 작가들은 18명에 이른다. 4기 입주생 김문희(30)씨는 “미술 작업을 주로 혼자 하는데 다른 작가들의 장르를 배우고 대화하는 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기 박순남씨는 “지역 작가들에게는 서울쪽 창작스튜디오 참가 기회가 부족했는데 지역에도 이런 창작스튜디오가 생겨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 뒤편에는 과학실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스페이스 가창’이 있다. 서까래가 드러난 운치있는 천장을 가진 200여 ㎡ 규모의 이 갤러리에는 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미협 이태현 회장은 “넓은 운동장을 시민·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설치미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스튜디오 숫자를 늘려 보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053)422-1293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50년 함께한 지역주민과 ‘제2의 인생’
나주 금천남초교 2009년 6월 ‘실버마을’로 새단장
박물관 꾸미고 운동장엔 텃밭…“추억 보존돼 다행” 지난 3월 문을 닫은 전남 나주시 금천면 옛 금천남초등학교가 노인들을 위한 마을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인접한 이 학교는 지리점 이점 덕분에 혁신도시 건설로 인한 이주민들이 사는 노인마을과 고향박물관으로 새로운 기능을 맡게 됐다. 주민들은 “온갖 추억이 서린 고향의 학교가 원형대로 남는다니 천만다행”이라며 반기고 있다. 금천남초교는 1956년 6월 문을 열어 52년 동안 졸업생 3980명을 배출했다. 70년대 초반에는 전체 900여명의 학생들이 북적댈 정도로 활기가 넘쳤지만 이농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교생이 23명까지 줄어든 뒤 끝내 폐교됐다. 애초 혁신도시 경계를 설정하면서 편입이 검토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필요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됐다. 나주시는 올 초 혁신도시의 토지보상이 끝난 뒤 이주민 가운데 법정 영세민 33가구 78명의 주거지 마련에 나섰다.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을 추진했으나, 착공이 늦어지면서 고민하던 나주시는 이 학교를 활용하자는 주민의 건의를 즉각 받아들였다. 나주시는 2009년 6월까지 40여억원을 들여 이 곳에 노인공동체와 고향박물관을 세울 예정이다. 연말까지 교육청에서 학교를 사들이고, 홀몸 노인이나 영세 서민 등 30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13평형 황토 연립주택을 짓는다. 운동장은 주민들이 채소류를 가꿀 수 있는 텃밭과 작업장 등 자활 터전으로 개조한다. 학교 건물 일부는 건강을 돌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다기능 건강복지회관으로 꾸민다. 더불어 건평 1730㎡ 연면적 2456㎡ 규모인 2층 짜리 학교 건물을 재활용해 고향박물관을 조성한다. 이 박물관에는 옛 마을의 모형,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사진, 벼·배 농사를 짓던 각종 기구, 생활유물과 문화자료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관영 시 혁신도시추진단장은 “노인층 302명한테 입주 의향을 조사했더니 절반 가량이 입주를 바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부부가 이 학교 출신인 동악리 김치태(61)·최점숙(55)씨는 “60년대에 우리뿐 아니라, 이웃과 자녀들까지 두루 학창시절을 보냈던 학교여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애착이 간다”며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이 곳을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교실은 작업실·과학실은 갤러리…“소통 큰 장점”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에서 청도방면으로 6㎞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가창 창작스튜디오란 작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현미협·회장 이태현)는 지난해 5월 폐교된 대구 가창초등학교 우록분교를 새로 꾸며 창작스튜디오와 갤러리 ‘스페이스 가창’으로 멋지게 바꾸어 냈다. 1949년엔 우록국민학교로 개교해 50년동안 171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농촌공동화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1999년 가창초등 우록분교로 개편됐다가 지난해 3월 폐교됐다. 풍치좋은 시 외곽에 위치했지만,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이 학교를 창작스튜디오로 활용하자는 현미협의 제안을 대구시가 받아들여 지원하면서 창작스튜디오로 변신하게 됐다. 분교치고는 큰 운동장의 멋진 조경은 그대로 살려 금세라도 학생들이 뛰쳐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학년을 표시하던 팻말 대신 입주작가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각 교실은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갤러리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방문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가창 창작스튜디오는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연다. 젊고 유능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가창 창작스튜디오는 이달에 4기생들이 입주했다. 기수별로 6개월씩 입주하는데 4기를 포함해 현재까지 스튜디오를 활용한 젊은 작가들은 18명에 이른다. 4기 입주생 김문희(30)씨는 “미술 작업을 주로 혼자 하는데 다른 작가들의 장르를 배우고 대화하는 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기 박순남씨는 “지역 작가들에게는 서울쪽 창작스튜디오 참가 기회가 부족했는데 지역에도 이런 창작스튜디오가 생겨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 뒤편에는 과학실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스페이스 가창’이 있다. 서까래가 드러난 운치있는 천장을 가진 200여 ㎡ 규모의 이 갤러리에는 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미협 이태현 회장은 “넓은 운동장을 시민·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설치미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스튜디오 숫자를 늘려 보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053)422-1293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혁신도시 이주민의 학창 시절 추억이 어려있는 금천남초등학교가 내년 6월까지 노인공동체와 고향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 나주시교육청 제공
박물관 꾸미고 운동장엔 텃밭…“추억 보존돼 다행” 지난 3월 문을 닫은 전남 나주시 금천면 옛 금천남초등학교가 노인들을 위한 마을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인접한 이 학교는 지리점 이점 덕분에 혁신도시 건설로 인한 이주민들이 사는 노인마을과 고향박물관으로 새로운 기능을 맡게 됐다. 주민들은 “온갖 추억이 서린 고향의 학교가 원형대로 남는다니 천만다행”이라며 반기고 있다. 금천남초교는 1956년 6월 문을 열어 52년 동안 졸업생 3980명을 배출했다. 70년대 초반에는 전체 900여명의 학생들이 북적댈 정도로 활기가 넘쳤지만 이농 행렬이 이어지면서 전교생이 23명까지 줄어든 뒤 끝내 폐교됐다. 애초 혁신도시 경계를 설정하면서 편입이 검토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필요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외됐다. 나주시는 올 초 혁신도시의 토지보상이 끝난 뒤 이주민 가운데 법정 영세민 33가구 78명의 주거지 마련에 나섰다.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을 추진했으나, 착공이 늦어지면서 고민하던 나주시는 이 학교를 활용하자는 주민의 건의를 즉각 받아들였다. 나주시는 2009년 6월까지 40여억원을 들여 이 곳에 노인공동체와 고향박물관을 세울 예정이다. 연말까지 교육청에서 학교를 사들이고, 홀몸 노인이나 영세 서민 등 30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13평형 황토 연립주택을 짓는다. 운동장은 주민들이 채소류를 가꿀 수 있는 텃밭과 작업장 등 자활 터전으로 개조한다. 학교 건물 일부는 건강을 돌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다기능 건강복지회관으로 꾸민다. 더불어 건평 1730㎡ 연면적 2456㎡ 규모인 2층 짜리 학교 건물을 재활용해 고향박물관을 조성한다. 이 박물관에는 옛 마을의 모형,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사진, 벼·배 농사를 짓던 각종 기구, 생활유물과 문화자료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관영 시 혁신도시추진단장은 “노인층 302명한테 입주 의향을 조사했더니 절반 가량이 입주를 바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부부가 이 학교 출신인 동악리 김치태(61)·최점숙(55)씨는 “60년대에 우리뿐 아니라, 이웃과 자녀들까지 두루 학창시절을 보냈던 학교여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애착이 간다”며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이 곳을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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