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48년 총선 설명하며 스치듯 언급
“또 이념 잣대…기억에서 지우자는 속셈” 분개
“또 이념 잣대…기억에서 지우자는 속셈” 분개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어 전국의 중·고교 등에 배포한 책자에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4·3사건’에 대한 서술내용이 매우 단순하게 처리돼 4·3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4·3위원회의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유족과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터에 이런 책자가 나와 이들의 반발 강도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화부가 최근 학교에 배포한 <건국 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이라는 책자를 보면,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서술이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축소돼 있다.
실제로 제주4·3사건은 이 책자 59쪽에 “1948년 5월10일 시행한 총선거라는 역사적 사건은 4·3 사태로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 내용 속에 한 단어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 문장도 4·3사건을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이 아니라 5·10총선거를 언급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4·3특별법에는 4·3사건이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돼 있으며, 희생자만 1만5천여명이 신고됐지만 2만5천~3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이 불행한 사건을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도 이번 책자에서 4·3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4·3관련 단체들은 보고 있다.
장윤식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은 “4·3을 공산폭동으로만 매도하던 시기를 벗어나 공권력의 잘못에 의해 엄청난 희생이 있었음을 간신히 교과서에 넣었는데, 정부가 발간한 책자에 관련 내용이 없는 것을 보면 다시 4·3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유족은 “정부가 4·3위원회 폐지다 뭐다 하면서 유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더니, 정부가 학교에 배포한 책자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4·3의 기억을 지우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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