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조작업이 한창인 광주시청 광장 모습.
44억짜리 광장 4년새 걷어내고 ‘생태숲’ 개조 중
“시청 주변만 보는 근시안 행정” 시민들 혀 ‘끌끌’
“시청 주변만 보는 근시안 행정” 시민들 혀 ‘끌끌’
“멀쩡한 벽돌들을 왜 걷어내는 거야.”
23일 오전 10시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 광장. 한겨울 칼바람 속에 인부 30여명이 드넓은 광장의 벽돌 40만장을 걷어내느라 일손을 바삐 놀리고 있었다.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은 지 4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새 건물의 멀쩡한 광장을 벌서 손보는 게 의아해서다.
“‘나리’들이 근무하는 청사니 마당도 멋지게 꾸밀 모양인가보다.”
행인들은 저마다 마뜩찮은 소리들을 한마디씩 해댔다. 2004년 3월 건축비 1516억원을 들여 입주한 뒤에도 20억원 짜리 야외 공연장을 만들고 7억원이 넘는 디자인 상징물을 세우며 수십억원을 들여온 터라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이런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인부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드넓은 광장의 벽돌들은 차츰차츰 줄어들었다.
광주시는 내년 3월까지 56억원을 들여 광주시청 앞 미관광장과 시민광장 등 광장 2곳 4만3046㎡(1만3천평)을 도심 속의 생태숲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준공을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실사단의 방문에 대비해 석달 앞당겼다.
이 광장 공간은 건립 당시 조형물, 분수대, 적벽돌, 대리석 따위 석조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조경비로만 미관광장 29억원, 시민광장 15억원 등 44억원이 들어갔을 정도다. 입주 4년이 지나자 시는 저탄소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느니 적벽돌이 깔린 바닥의 복사열로 불편하다느니 하는 등 이유를 들어 광장 개조에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청사 앞 도로 건너에 있는 미관광장 2만4178㎡(7500평)을 뜯어내고 35억원을 들여 벽천, 분수, 조명을 설치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현재 터파기를 끝내고 나무를 심어 공정률이 22%에 이르렀다. 이달부터는 청사 앞 시민광장 1만8868㎡(5800평)의 벽돌을 걷어내고 21억원을 들여 소나무 느티나무 등 나무 40종 8700그루와 잔디 1만㎡를 심을 예정이다.
시민 김아무개(37·광산구 신창동)씨는 “도시 전체를 생각하기 보다 청사 주변만 보는 근시안적 앉은뱅이 행정이 한심스럽다”며 “이런 식으로 예산을 퍼붓다가는 광장 한 평값이 아파트 한 평값보다 비싸지는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시민단체들도 예산 수십억원을 흥청망청 낭비하는데도 국비를 따다 시행한다거나 저탄소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시 쪽은 “청사 앞 광장을 물·빛·숲이 어우러진 도심 속의 명소로 만들겠다”며 “입주할 때 미리 계획을 세웠더라면 좋았겠지만 시대변화에 맞추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시민단체들도 예산 수십억원을 흥청망청 낭비하는데도 국비를 따다 시행한다거나 저탄소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시 쪽은 “청사 앞 광장을 물·빛·숲이 어우러진 도심 속의 명소로 만들겠다”며 “입주할 때 미리 계획을 세웠더라면 좋았겠지만 시대변화에 맞추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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