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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박이’ 지역축제, 안전 공공관리 ‘모르쇠’

등록 2009-02-15 18:33수정 2009-02-15 18:48

안전대책 없는 지역축제는 인명사고를 반복해 왔다. 사진은 2005년 10월3일 상주자전거축제 관람객 압사 사고 현장(왼쪽)과 2009년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에서 안전요원으로 참여했다가 숨진 윤순달씨의 장례식(오른쪽).  연합뉴스
안전대책 없는 지역축제는 인명사고를 반복해 왔다. 사진은 2005년 10월3일 상주자전거축제 관람객 압사 사고 현장(왼쪽)과 2009년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에서 안전요원으로 참여했다가 숨진 윤순달씨의 장례식(오른쪽). 연합뉴스
10년새 752개 우후죽순…졸속 준비에 사고 속출
‘화왕산 참사’ 계기 타당성 재점검·정비 여론 높아
지난 9일 밤 네 명의 사망자와 60여명의 부상자를 낸 경남 창녕군 ‘화왕산 화재 참사’를 계기로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1994년까지는 전국을 통틀어 287개의 지역축제가 열렸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1995년 한해에만 104개의 지역축제가 새로 생겼고, 그 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752개가 더 늘어났다. 이번 참사를 낸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도 1995년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장 최근 조사한 2006년 말에는 전국의 지역축제가 1176개로 집계됐다. 기초 지방정부 1곳마다 한해 평균 5건 이상의 축제를 여는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전국 496개 축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226개가 타당성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부분의 축제는 관련 단체나 이벤트업체에 맡겨져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졸속으로 준비된 축제가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은 이번 화왕산 축제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 자전거축제에서는 공연장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려 1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다. 또 2006년 11월 제주 서귀포 최남단 방어축제 때는 어선이 전복돼 서귀포시장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4월1일 경남 진해 군항제에서 꽃마차와 승용차가 충돌해 2명이 다치고 말이 죽었으며, 5월25일에는 충북 제천시 자동차축제 카퍼레이드 도중 오토바이 두 대가 인도로 뛰어들어 구경하던 시민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번 화왕산 화재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고가 안전조처 소홀로 일어났다.

더욱이 상당수의 지역에서는 대표적 축제를 정해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하지 않고 ‘나눠먹기’ 식으로 여러 축제를 늘어놓아 외지 관광객이 거의 없이 지역민들끼리의 ‘동네잔치’에 머물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를 보면, 예산이 10억원 이상인 축제는 전체 축제의 2.0%에 불과한 반면, 1000만원 이하의 축제는 38.9%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각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가진 축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축제를 그대로 베낀 ‘판박이’ 축제가 양산되고 있다. 바다축제는 전국 13곳에서 열리며, 가을 전어축제도 부산 강서구, 충남 서천군, 전남 장흥군·보성군, 경남 마산시·사천시·하동군 등 7개 지자체에서 열린다.

김덕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은 “지방자치 시대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많은 축제를 여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성격 중복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지방의회가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15건의 축제를 열어 ‘축제의 도시’라는 말을 듣고 있는 춘천시의 우상수 문화예술과장은 “화왕산 화재 참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재점검하고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 담당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 지역축제에서 소방방재청의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축제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지도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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