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정으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 ‘생명의 강 연구단’ 회원들이 25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교 부근 낙동강에서 ‘운하를 넘어 생명의 강으로’라는 펼침막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밀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생명의 강 연구단’ 낙동강 답사 동행 취재
하구둑 안쪽은 오염 불구 상류로 갈수록 양호
“그대로둬도 살 수 있어…4대강 정비 재고해야”
하구둑 안쪽은 오염 불구 상류로 갈수록 양호
“그대로둬도 살 수 있어…4대강 정비 재고해야”
“낙동강은 죽지도 썩지도 않았다. 다만 개발의 도전을 받고 있을 뿐이다.”
안병옥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배를 타고 낙동강을 둘러본 뒤 “양쪽 둔치를 너비 50m씩만 보존한다면 낙동강은 자연상태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강 살리기를 모색하기 위해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49명이 모여 만든 연구모임인 ‘생명의 강 연구단’은 25일부터 ‘4대강 정비사업’ 대안 연구를 위한 낙동강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부산의 낙동강 하구둑에서 경북 예천군까지 2박3일 동안 낙동강을 둘러본 뒤 ‘낙동강 살리기의 원칙과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첫날에는 낙동강 하구둑부터 67㎞ 떨어진 경남 창원시 본포교까지 하류 11개 지점에서 수질, 수심, 유속, 퇴적토 오염 수준, 수변환경 등을 조사했다. 첫 조사지점인 낙동강 하구둑 안쪽은 “예상했던 대로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다. 수심 8.5m의 낙동강 밑바닥에서 건져올려진 것은 새까맣게 썩은 점토질 흙 뿐이었다. 강물의 흐르는 속도는 정밀장비로도 측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호수처럼 멈춰 있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낙동강 하구둑 일대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해마다 하구둑부터 구포교까지 준설을 하고 있지만, 하구둑의 수문을 열어 물길을 뚫어 주기 전까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환경공학부)도 “흐르는 물을 막으면 썩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낙동강 하구둑을 만들 때의 논리가 지금도 맞는지, 맞지 않다면 없애거나 바꿀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구둑에서 상류로 20㎞ 정도 올라가자 수질은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물에 함유돼 있는 산소량을 나타내는 용존산소량(DO)은 전체 조사지점에서 13~14ppm으로 나타났는데, 박창근 교수는 “화학적산소요구량, 생물학적산소요구량, 탁도, 수량, 수온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용존산소량만으로 볼 때는 최상의 수질”이라고 말했다.
강 바닥에서 채취한 흙에서도 썩은 점토질이 점차 사라지면서, 세번째 조사지점인 부산 북구 호포지하철역 부근 양산천 합류지점부터는 황금빛 모래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 전 사무총장은 “모래 상태를 보면 수질 측정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깨끗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며 “정부가 과연 낙동강 살리기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한번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심도 한가운데 지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었음에도 하구둑부터 열번째 조사 지점인 경남 밀양 수산교 상류 1㎞ 지점까지는 4~12.3m를 유지했다. 최상철 ‘생태와 환경’ 대표는 “물길 살리기는 수심이 3~4m면 되기 때문에, 낙동강 하류는 지금 그대로 둬도 물길을 살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특히 양산천 합류지점부터 경남 밀양 삼랑진 앞까지는 5000t급 화물선도 운항이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두번째 조사지점인 대천천 합류지점부터 여섯번째 조사지점인 원동천 합류지점 사이에서 건져 올린 강 밑바닥 모래는 직경이 1㎜도 안될 만큼 가늘어 준설해봐야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곱번째 조사지점인 삼랑진부터 강 밑바닥 모래의 직경이 1㎜를 넘기 시작했다. 여덟번째 조사지점인 화포천 합류지점 상류부터는 공사장에 골재로 납품하기 위해 강 밑바닥 모래를 퍼올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연구단이 이용한 선박들 가운데 한척의 선장인 이윤덕(54)씨는 “1987년 하구둑이 생기기 전까지는 강 양쪽 곳곳에 백사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곳곳에서 준설도 이뤄져 강 밑바닥이 울퉁불퉁하게 되면서 선박 운행도 더욱 조심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강 바닥을 파내 배를 띄우고, 둔치에 공원과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강 살리기가 되겠는가”라며 “사업 계획을 정하기에 앞서 강 살리기의 원칙 설정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생명의 강 연구단’ 낙동강 답사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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