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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문학꽃 피우는 청주 글쟁이들의 사랑방

등록 2009-03-05 22:49

청주시 수동 책과 글에서 지난달 25일 안상학 시인과 문인, 시민 등이 문학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주시 수동 책과 글에서 지난달 25일 안상학 시인과 문인, 시민 등이 문학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종민·윤이주 씨 부부의 ‘책과 글’
비평가 동화작가 모임 등
책읽기 글짓기 놀이터로
서적 수천권 시민 개방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 골목길에 글쟁이들의 사랑방 ‘책과 글’이 있다.

좁은 층계를 따라 3층 작은 철문을 열면 책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방 벽면을 두른 책장도 모자라 바닥 곳곳에도 책더미다. 언뜻 봐도 수천 권이 넘는 책들은 연탄난로, 책걸상과 어우러져 시골학교 작은 도서관을 떠올린다.

이곳은 평론가 소종민(44)·소설가 윤이주(42)부부의 보금자리이자 작업 공간이었다.

1993년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에서 일하던 ‘글 총각’과 시·소설에 빠져 살던 여대생 ‘글 처녀’는 4년여 동안 끼를 통하다 하나가 됐다. 빠듯한 벌이, 팍팍한 서울 생활에 지친 부부는 2000년 가을 이곳에 새 둥지를 텄다.

소씨는 “그럴듯하게 말하면 문학을 위한 낙향이지만 사실 서울을 피해 무단가출을 한 셈”이라며 “지금 글도 쓰고, 칠순 부모, 딸 아이까지 함께 살고 있으니 비교적 성공한 가출이었다”고 웃었다.

부부의 생계형 논술 교실로도 쓰였던 이곳이 지금은 읽고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글쟁이들의 문학·인생·열정의 소통 공간이 됐다.


부부와 도서출판 고두미 대표 유정환, 시인 김영범, 평론가 정민, 소설가 김선영, 아동문학가 오미경씨 등이 이곳에서 읽고, 쓰고, 말하고, 느끼는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책 비평 모임 ‘우정의 정원’, 동화 쓰는 작가들의 모임 ‘동화일기’, 독서 토론 모임 ‘이반 일리히 책읽기 모임’등이 이뤄졌다. 이달에는 프랑스 작가 들뢰즈 책읽기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문인들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문을 연 이곳은 그야말로 사랑방이요, 놀이터다. 누구나 들러 책과 글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열린 민족문학작가대회에 참여했던 작가 몇몇은 사흘 밤낮을 이곳에서 문학을 안주로 사람에 취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밤에는 안동시인 안상학씨와 ‘책과 글 시인을 만나다’행사를 열었다. 지역 작가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모인 시민 30여명이 시인과 이야기·노래 꽃을 피우며 친구가 됐다.

소씨는 “‘책과 글’이 때론 ‘책과 술’로 불릴 정도로 편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돼 가고 있다”며 “또래, 끼리집단의 놀이가 아닌 더불어 함께하는 열린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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