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막말, 어이잃은 시민
광주시청서 홍보물 촬영으로 사진적 개막식 지연
박광태 시장, 항의 40대에 “저놈, 뭐하는 놈이야”
박광태 시장, 항의 40대에 “저놈, 뭐하는 놈이야”
“시장님, 너무 하십니다.”
지난 3일 저녁 6시50분께 광주시청 1층 시민홀. 시민 임아무개(44)씨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이렇게 볼멘소리를 했다. 임씨는 박광태 광주시장이 자신을 향해 “저 놈, 뭐하는 놈이야”라고 소리치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두 차례 지방선거 때 지지표를 던졌던 박 시장한테 돌아온 어이없는 면박이었기 때문이다.
“신분의 차이는 인정합니다. 다툼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공인이 시민한테 서슴없이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나요. ”
그는 이날 한 사진 동아리의 전시 개막식에 초청을 받았다. 애초 저녁 6시로 예정됐던 행사는 박 시장이 시민홀에서 시정홍보 광고를 찍으면서 자꾸만 늦어졌다. 시민 100여명이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일과 시간 뒤여서 시민홀은 썰렁했다. 몸을 쉴 만한 의자도 없었다. 동시녹음이어서 ‘휴대전화를 꺼달라’거나 ‘조용히 해달라’라는 요구가 되풀이됐다.
한 시간 가까이 갑갑한 시간이 흘렀다. 지친 동아리 회원과 초청 인사들이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임씨가 촬영팀을 찾아가 “이게 뭐하는 거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양 쪽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 순간 10여m 정도 떨어져 있던 박 시장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상처를 주는 부적절한 언사였다. 그는 시장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에 굴욕감을 느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공무원 2명이 달려들어 그를 제지했다.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왜 훼방을 놓느냐는 식이었다.
“시민을 위해 시청이 존재하는 거 아닙니까. 정말 이럴 줄 몰랐습니다. 분해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박 시장 안티카페라도 만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런 승강이로 주위의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촬영팀은 서둘러 마무리를 지었고, 곧이어 개막식이 열렸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시민 박아무개씨는 “대관료를 내지 않는 시청에서 전시를 하려다 큰 수모를 당한 기분”이라며 “시민도 공직자들과 똑같이 존중받고 싶어한다”고 한탄했다. 개막식은 한달 전부터 예정됐었는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쪽은 “시민홀의 일정이 겹치는 줄 몰라 당일 행사 전에 양해를 구했다”며 “촬영이 늦어지면서 불미스런 상황이 있었지만 욕설이 오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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