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인술책 2명 구속
대만인 후푸숭(23)과 왕밍훙(28)은 중국인 사채업자에게서 각각 1600여만원씩의 도박빚을 졌다.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은 사채업자로부터 “한국에 가서 내가 하는 사업을 도와주면 이자를 면해주는 것은 물론 하루에 20만원씩 원금을 깎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각각 지난달 26일과 23일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이 한국에서 한 일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사람들이 계좌이체시킨 돈을 인출하는 것이었다. 여관에서 생활하며 날마다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중국의 콜센터로부터 전화로 업무를 지시받았다. 한국의 전화금융사기단은 이들 인출책 외에 대포통장 모집책, 인출책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이는 전달책, 중국으로 돈을 보내는 송금책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콜센터로부터 개별지시를 받는 점조직으로 운영돼 서로 얼굴만 알 뿐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경기도 부천시 일대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오후 4시24분부터 4시49분까지 류아무개(20·여)씨 등 4명이 이체시킨 1950여만원을 빼내 전달책에게 넘겼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649만 여원을 한순간에 날린 류씨는 이날 저녁 8시15분께 ‘바보같이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15층 복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사기혐의로 후푸숭과 왕밍훙을 구속하고, 1개에 5만원씩을 받고 8개의 통장을 만들어 이들에게 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서아무개(26)씨를 불구속입건했다. 하지만 이들이 빼낸 돈은 이미 중국으로 송금돼 찾을 수 없게 됐다.
후푸숭은 “단지 빚을 갚기 위해 한국에 왔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오동욱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중국 현지의 콜센터에는 수사권이 미치지 않고, 조직원들끼리도 서로 연락처를 몰라 전화금융사기단을 뿌리째 뽑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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