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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법원 “농민 상경투쟁 원천봉쇄는 위법”

등록 2009-06-03 22:23

“위법한 공무집행, 10만원씩 위자료 지급하라” 판결
경찰, 2007년 집회 9시간전 4백㎞ 떨어진 곳서 막아
금지된 집회에 참가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는 범죄행위가 눈앞에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찰이 집회장에 가려는 사람들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각목이나 화염병 등 분명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은 채 폭력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대규모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집회 참가를 막는 경찰의 관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안대희)는 3일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등을 위해 적법하게 금지처분된 집회라 하더라도 집회 예정시간보다 무려 9시간30분 전에 400여㎞나 떨어진 곳에서 참가하려 했다는 행위만으로는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행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찰관의 원천봉쇄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판단된다”며 “국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던 원심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했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당시 경남진보연합 대표) 등 경남 지역 주민 88명은 지난 2007년 11월11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아침 6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전세버스에 타려 했으나, 경찰이 막는 바람에 출발조차 하지 못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민사8단독 이미정 판사는 “원고들의 상경행위가 인명과 신체에 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의 상경 차단 조처는 경찰권 행사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행위”라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대한민국)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 2월13일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다시 상고했으며, 대법원은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이병하 위원장은 “당시 집회에 참가하려던 사람들이 준비했던 시위용품은 풍선이 유일했으며, 폭력적 도구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며 “소송 비용 때문에 경찰의 원천봉쇄로 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경남 지역 20개 시·군 2100여명 가운데 3개 군 88명만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확정 판결이 났으므로 나머지 사람들도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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