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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20평 땅덩이에 250여 원혼…충격의 나날”

등록 2009-06-04 18:20

 박근태(36) 4·3유해발굴팀장
박근태(36) 4·3유해발굴팀장
제주 4·3 유해발굴팀장 박근태씨
박근태(36) 4·3유해발굴팀장은 지난해 10월 ‘이상한’ 꿈을 꿨다. 발굴 현장에서 249번째 유해를 자신이 직접 수습하고 돌아서는 꿈이었다. 제주국제공항에 암매장된 제2차 4·3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제주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박 팀장의 ‘꿈 이야기’는 유해발굴 작업 내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주변에서 암매장 구덩이가 너무 작아(20평 정도) 유해가 100여구도 없을 거라며 확장 발굴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돌았어요. 그런데 희생된 숫자와 거의 비슷한 유해를 발굴한 꿈을 생생하게 꿔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문화재 발굴 고고학자, 2007년부터 비극의 현장에
“근·현대사 눈 돌리게 돼…정부 관심줄어 안타깝다”

그가 국제공항 학살터 발굴 작업에 뛰어든 것은 2007년 8월이었다. 한 번쯤은 4·3유해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싶었던 차에 고고학적 발굴조사 기법이 필요하다는 제주4·3연구소의 의견에 따라 뛰어들었다.

“문화재 발굴 등 모든 발굴 작업이 쉬운게 없다. 더욱이 유해발굴은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책을 옆에 끼고 발굴조사를 진행했다”는 그는 그동안의 유해발굴을 통해 많은 역사적 비극을 땅 위로 끄집어냈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제주공항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수습된 유해만 250여구. 이들 유해는 제주대 법의학교실로 운구돼 감식작업을 벌이는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유족들을 찾아주게 된다. 2007년 8월에 있었던 제주국제공항 1차 유해발굴 과정에서는 희생자 신원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도장을 비롯해 교복 단추 등이 발굴돼 유족을 찾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는 공항에서 부친을 잃은 송승문 4·3유족회 제주위원회 위원장이 발굴 기간에 매달 현장을 방문해 술잔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아버지를 찾고 싶어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3연구소 조미영 기획팀장 등 모두 30여명이 참여한 유해발굴 과정은 어려움도 많았다. 유해발굴 현장에 빗물이 쏟아지자 새벽까지 동료 2명과 함께 유해의 훼손을 우려해 빗물을 퍼내며 싸움을 벌일 때도 있었다.

“유해발굴 현장은 매일매일이 충격의 연속이었다”는 그는 “4·3 유해 발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으로 생각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적으로 지정된 한경면 고산리선사유적과 삼양동 마을유적 등 제주도내에서 이뤄진 유적발굴 경험이 많은 그는 “이번 발굴을 통해 고고학 연구자로서 근현대사에도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4·3유족회 제주위원회는 오는 8일 오전 11시 공항 인근 용담해안도로에서 분향식을 열고, 10일 발굴된 유해들을 운구할 예정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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