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대숲은 공(空)하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 라규채 작가의 작품.
5번째 사진전 라규채씨
취미로 시작 ‘작가 반열’…대나무 주제 20여점 선봬
사진 작가 라규채(50·담양군청 홍보담당)씨는 23년 전 첫 월급으로 35㎜ 사진기를 샀다. 전북 완주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사진기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고교 시절 담임 교사가 고급 사진기로 꽃과 나무를 앵글에 담는 모습이 부러웠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해 처음엔 야생화에 몰입했다. 어린 시절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들꽃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라씨는 “들꽃 한 송이를 찍으려고 길을 잃고 헤매다가 원하던 꽃을 만났을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보직에도 영향을 끼쳤다. 1991년 고향인 전남 담양군으로 옮기게 된 그는 1996년부터 군청 홍보실 업무를 맡게 됐다. 주말과 휴일이면 밖으로 나가 셔터를 눌렀다. 사진 이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국디지털대 문화예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광주대 대학원 사진학과에 재학중이다. ‘무등산 들꽃 사진전’ 등 사진집도 2권이나 냈다. 라씨는 “이런저런 잡기에는 취미가 없고, 오직 사진만 생각하고 살았다”며 “다행히 가족들이 이해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라씨는 2001년부터 대나무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면서 전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또 하나의 관심은 바다였다. 바다의 숨결을 앵글에 잡고 싶었다. 2년 전 ‘빛의 운율-바다의 숨결 시리즈Ⅰ’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라씨는 “바닷물이 출렁이다 부서지는 순간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망원으로 당겨 잡았다”며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 오방색이 나오면서 바다가 생명이라는 아우라를 느꼈다”고 했다.
라씨에게 사진 작업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불교와의 만남이었다. 라씨는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년 동안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인근 절에서 스님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반야심경>를 읽으면서 ‘공한 것은 무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때부터 실체가 없는 바람을 끌어들여 대나무의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라씨는 9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대숲은 공(空)하다’를 주제로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라씨는 “대숲을 유기적으로 해체해 물질의 본질은 결국에는 텅 비어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안개 끼어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바다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공(空)에 맞춰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작가 라규채(50·담양군청 홍보담당)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