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저녁 대전 중구 대흥동 한 식당에서 이곳에 작업실을 둔 예술인들이 식사차 모였다가 장구와 클라리넷, 크로키가 어우러진 난장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전경. 대전 중구청 제공
대전 대흥동의 변신
공공기관 옮기면서 공동화…현재 예술공간 70곳 입주
싼 임대료에 지자체 지원…일반인에도 열린 공간 ‘속속’
공공기관 옮기면서 공동화…현재 예술공간 70곳 입주
싼 임대료에 지자체 지원…일반인에도 열린 공간 ‘속속’
대전 대흥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인 지역인 뉴욕의 소호, 베이징의 789예술지구를 꿈꾸고 있다.
이곳은 중구청(옛 대전시청) 앞에 자리잡은 옛 도심의 한 블록으로 한때 대전의 중심지였으나, 1990년대 주요 공공기관들이 둔산 새 도심으로 옮겨가면서 공동화됐던 지역이다. 5월24일 현재 중구청과 옛 중구청 사이에 놓인 이 블록에는 갤러리 14곳, 공연장 3곳을 포함해 마임연구소, 국악연구소, 행위예술공간, 공예작업실, 미술학원, 서예학원, 뮤지컬·연주학원, 표구사, 화방 등 문화·예술인들의 공간 70~80곳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몰리는 이유로는 싼 임대료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 지역에서는 보통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이면 149㎡(45평) 크기의 작업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작업실을 얻으려면 보증금이 4~8배(2000만~4000만원)가량 든다. 이곳에 화실을 둔 권경태(49·화가)씨는 “새 도심인 둔산의 만년동 주택가에서는 50㎡(15평)짜리 작업실이 이 지역의 149㎡(45평)짜리보다 2배 비싸니 결국 6배나 비싼 셈”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이 이 지역에 자리잡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구청은 옛 도심 지역의 공실률을 낮추고 특색 있는 거리를 조성하고자 지난해 56곳에 임대료 등으로 3000만원을 지원했다. 2년 전 이곳에 타악연구실을 차린 한기복(42·국악인)씨는 “각 분야 예술인과의 교류 기회가 많고, 각종 예술작업을 쉽게 처리할 수 있어 예술인들이 더 모여든다”고 분석했다.
예술인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레 만나거나 모이고, 이들의 만남과 소통은 밤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5월14일에도 이종필 화가가 이 지역 전시관에서 개인전을 열자, 이곳에 주변 예술인들 30여명이 몰려들어 밤새 술 마시고 토론했다.
이곳은 예술인들만의 배타적인 거리도 아니다. 한기복 타악연구소는 20년째 연구소를 개방해 누구나 아무 때나 이곳에서 무료로 전통음악을 배울 수 있다. 같은 건물에 있는 최희 선생의 마임연구소는 각종 예술단체들의 회의실이나 연습실로도 널리 활용된다. 화가 박석신(42)씨는 “대부분 중견 예술인들이어서 대흥동 문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옛 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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