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헌책방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광주용봉점이 17일 북구 비엔날레로 농협 삼거리 부근에 아늑한 실내공간과 장서 2만5천권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광주 용봉점
‘집안의 잠자는 책을 깨우자’
2만5천여권 기증받아 개점
“평화·행복 가득한 공간되길” “광주에 아름다운 헌책방이 활짝 열렸어요.” 지난 17일 오후 2시반 광주시 북구 용봉동 타운젠트 건물 2층. 헌책방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용봉점이 면적 181.8㎡에 도서 2만5천권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가게가 헌책의 순환과 나눔을 위해 수도권 밖에는 처음으로 설치한 지역 1호점이다. 공간은 광주농협 용주지소 근처에 4층 건물을 지은 이상철씨가 무상으로 내놨다. 헌책방은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헌책을 뒤적일 수 있도록 꾸몄다. 동쪽엔 통유리로 채광창을 내 서가에 빼곡하게 꽂힌 책들을 살필 수 있다. 창가에는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목재 책상과 연한 초록빛이 도는 소파들이 자리잡아 실내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개점식은 희망어린이집 어린이 15명의 싱그러운 율동으로 시작됐다. 어린이들이 노래 <나무를 심자>에 맞춰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빙글빙글 휘돌아가는 춤을 선사하자 분위기가 금세 환해졌다.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세상의 책들에 나눔의 날개를 달아주자”며 “이곳이 광주에서 손꼽히는 평화의 공간, 행복의 공간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율동을 펼친 김희헌(7)양은 “책들이 무지 많고 의자도 편하다”며 “친구들이랑 자주 놀러오겠다”고 웃었다.
참석자들은 나무로 깎은 작은 솟대를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자리’‘역시 희망은 함께 만드는 것’ ‘나눔과 순환의 큰 터가 되기를’ 등 문구를 새기며 번창을 바랐다. 이곳에선 기증받은 헌책·음반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커피’와 ‘지구를 지키는 디자인 상품’을 팔아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 풀뿌리 단체, 예술 꿈나무 등을 돕는다. 월~토 오전 10시반~오후 7시에 책방천사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한다. 운영의 성패는 헌책을 기증하는 시민들의 참여에 달려 있다. 시민주주(씨앗 50권, 잎새 100권, 줄기 300권, 뿌리 500권)는 헌책방 들머리의 ‘희망 나무’에 이름을 매달고 해마다 음악회와 강연회에 초대한다. 이미 미래에셋금융그룹에서 1만여권을 보낸 것을 비롯해 윤장현 전국와이엠시에이 이사장, 하상용 빅마트 대표,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 등이 힘을 보탰다. 개인·단체·학교·기업이 의사를 밝히면 차량을 보내 기증을 받는다. 매니저 신예정씨는 “집집마다 서재의 장서 중 5%만 다시 읽는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헌책에 생명을 부여하는 기증운동에 관심을 가져달라”며“하루 구매객은 150여명인데 자녀를 동반한 주부가 많다”고 말했다.(062)514-8975.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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