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지검장 “교통사고 줄이자” 제안뒤 시민들 참여
“70~80년대 익숙한 풍경…범죄수사나 잘하길” 비판도
“70~80년대 익숙한 풍경…범죄수사나 잘하길” 비판도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30일 광주를 방문한다. 김 장관은 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선진 사례로 보고된 광주의 교통선진문화 시민운동 현장을 점검하러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지역 시민단체의 교통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장관이 참관하려는 교통선진문화 시민운동은 박영렬 광주지검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국회의원·자치단체장·경찰·언론 등 광주의 각계 인사들은 지난달 30일 ‘광주 선진교통문화 범시민운동본부(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지난 23일 ‘낮 시간대 전조등 켜기’ 등 솔선수범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연 뒤 카퍼레이드까지 벌였다. 박 지검장은 광주가 전국에서 교통사고 발생률 전국 1위 도시라는 사실을 알고 이 운동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교통선진문화 시민운동을 주도해 긍정적 효과도 없지는 않다. 이 단체 한 위원은 “확실히 검찰에서 앞장 서니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귀띔했다. 운동본부엔 시민단체와 공공기관, 기업, 언론사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교통질서를 경시하는 시민들의 낮은 질서의식’을 고쳐야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박 광주지검장은 “이번 시민운동이 교통사고 줄이기의 모델로 전국에 전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법조계 안팎에선 “교통 경찰이 할 일을 검찰이 나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 과정에서 각계의 유기적 협조를 선도·조정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권위주의 시대의 잔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상석 시민이 만드는 밝은세상 사무처장은 “검찰이 교통 캠페인까지 나서는 것은 70~80년대에 익숙한 풍경이어서 씁쓸하다”며 “검찰은 비리 수사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역할은 자치단체와 기업, 경찰, 언론 사이에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범죄를 적발해 형평성을 잃지 않고 법 적용을 하는 것이 검찰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지검이 지난해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한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과 법인에게 벌금 2550억원을 구형하면서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교통선진문화 시민운동이 캠페인성 행사로만 흐르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6166명의 37.4%인 2304명이 보행 중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계도·계몽 위주의 교통 사망자 감소 정책이 한계에 도달해 교통환경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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