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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불안한 ‘행복도시’…출범 가능할까

등록 2009-08-02 19:07

지난 30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열린 행정도시사수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결의를 다지는 삭발을 한 뒤 참가자들과 ‘행정도시 사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30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열린 행정도시사수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결의를 다지는 삭발을 한 뒤 참가자들과 ‘행정도시 사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종시 특별법 처리 연기에 공사까지 지연 ‘난항’
주민 “조속추진” 시위
“할 건 해야지, 별별 이유 다 갖다 붙이믄서 이리 빼구 저리 빼구 이게 뭐하는 짓이여!”

지난 30일 오후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군민회관 앞에서 열린 ‘세종시설치법 조속 제정 및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 이행촉구 연기군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박아무개(72·조치원읍 명리)씨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박씨와 같은 3천여명의 주민들은 푹푹찌는 한여름 삼복더위를 참으며 아스팔트 위에 앉아 “행복도시 사수”를 외쳤다. 임아무개(75·연기군 전의면)씨는 “수백년 살아온 고향을 내준 것은 이 나라의 살길이 행정도시 건설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손주들을 위해 내준 고향이 이대로 망가지는 꼴은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도시건설청의 공식 의견은 “세종시는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나 적지 않은 공사 관계자, 행정도시건설청 공무원들은 세종시가 2012년 정부청사 첫 입주 일정에 따라 진행될지 의심하고 있다.

■ 특별법 처리 지연 4월에 이어 6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됐다.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은 7월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 지위는 광역과 기초단체 지위를 겸하고, 시행 시기는 2010년 7월1일, 범위는 충북 청원군 2개 면을 세종시에 편입시키는 안에 합의했으나(보조기사 참조)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충청권의 반발이 강력하자, 국회 행정안전위는 30일 여야 간사회의를 열어 8월에 세종시법에 대한 간사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 불안한 행정도시 언제부터인가 세종시에는 ‘같기도 세종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산 것 같기도 하고,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다’는 비아냥에서 나온 말이다.

근본적으로 불안은 행정수도 건설과 지역 균형발전에 반대해온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집권한 데서 비롯했다. 그러나 이런 불안이 표면화하는 방식은 공사 지연이다. 올봄 발주하려던 정부청사 1-2구역 공사는 탄소절감 계획을 세운다는 이유로 5개월 이상 미뤄진 10월 이후에나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청사에 입주할 예정이던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환경부·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의 입주 시기도 2012년에서 2013년으로 1년가량 늦춰졌다. 역사 유적이 발견된 첫 마을 공사 지역과 관련해 행정도시건설청과 문화재청은 유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얼마나 공사가 지연될 것인지 등에 대해 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현재 행정도시건설청이 할 수 있는 일은 국토관리청 대신 광역도로를 내는 일뿐이다. 세종시 지방정부의 새 시설들은 세종시법이 있어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짜놓은 세종시 건설 5개년 중기예산이 축소·변경됐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세종시법 역시 불필요하게 복잡해 심의가 길어지는 빌미가 되고 있다. 또 충북 청원군의 추가 편입 반발은 세종시 문제를 전국이나 충청권 문제가 아니라, 연기군 문제로 축소시키는 결과마저 낳고 있다.


홍석하 세종시정상추진 연기군주민연대 사무국장은 “세종시법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만간 국토해양부 장관이 위원장인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가 발족해 행정도시 건설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세종시법 제정과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그래도 공사는 계속돼 세종시 건설 지지자들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일은 그래도 공사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오는 2012년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 등 정부청사가 들어설 예정인 옛 연기군 남면 송담·진의리 일대 정부청사 1-1구역은 지난 30일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행정도시건설청 자료를 보면, 7월20일 현재 이곳 정부청사 건설공사 공정률은 49.3%로 계획 공정률 44.8%를 넘어섰다.

세종시 1단계 공사중인 곳은 중심행정타운과 첫 마을 사업,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 등 3곳이다. 은하수 공원은 현재 9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첫 마을 사업은 지난 4월까지 계획 공정률 수준인 41.5%까지 공사가 진행됐으나 문화재 발굴로 중단돼 입주 시기도 애초 2012년 말에서 2013년 말로 연기됐다.

연기/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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