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에서 김주연 작가가 신문더미에서 발아된 식물을 지켜보고 있다. 무등현대미술관 제공
광주서 ‘메타모포시스3’ 설치전 연 김주연씨
무생물에 기생하는 식물들 성장·소멸과정 담아
무생물에 기생하는 식물들 성장·소멸과정 담아
3일 오후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자 신문으로 쌓아 놓은 거대한 탑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신문에서 식물이 자란다고? 가로 250㎝, 세로 170㎝, 높이 380㎝의 신문더미에 붙은 식물들이 파릇파릇 솟아났다. 4일부터 ‘메타모포시스3’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기 위해 김주연(45·사진)씨는 닷새전 씨앗들을 신문더미에 다독여 붙였다. 클로버·겨자·배추 등의 씨앗은 미술관으로 스며든 빛과 수분의 힘으로 싹을 틔웠다.
“인간도 자연에 기생해 사는 것은 비슷한 것 아닌가요?”
김씨의 작품 경향을 대표했던 이숙(異熟)이라는 말은 “변화하고 성숙하는 것”을 뜻한다. 이늘 결국 “생명성의 은유 과정”(메타모포시스)과 맥락이 연결된다. 김씨는 “신문더미에서 씨앗이 발아돼 성장해 소멸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철 지난 신문더미(3.2t)에 기생하는 식물들의 생명은 2주 정도여서 작품 또한 유한하다. 하지만 그는 “관람객들과 생명성을 나누기 때문”에 소통의 울림이 길다고 생각한다.
전남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1986년 베를린 국립예술대로 유학해 회화를 공부했다. 예술적 전환점은 독일인 교수가 툭 던진 한 마디였다. ‘동양의 음양철학’을 묻는 질문에 답을 못해 부끄러웠던 그는 ‘사서삼경’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선불교에 도착했고, 명상과 채식생활을 거쳐 태극권으로 옮겨갔다. 김씨는 “물 흐르듯이 조화로운 태극권을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1992년 처음으로 설치작품에 손을 댔다. 버려진 통나무 세개에 파란색 가루물감을 뿌린 흙을 채워 뿌리가 하늘로 올라가도록 꾸몄다. “존재에 대한 의문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무생물에서 생명을 키우는 작품의 영감은 채식 습관에서 얻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채소를 키우던 그는 솜과 천으로 토양을 바꿔 자연과 생명을 발견했다. 2002년 귀국해 서울의 습습한 한 다방을 보며 자궁이 떠올랐고, 그 곳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드레스에 씨앗을 뿌려 발아하게 한 이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문더미 작업은 지난해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난 3월 광주 대인시장 입주작가로 고향에 온 그는 지난 6월 제주에서 두번째 신문더미 작품을 설치했다. 이번 세번째 작품은 씨앗 종류와 공간 습도가 달라 느낌도 다르다. 김씨는 전시장에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틀어놓고, ‘식물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작품 6점도 걸어뒀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주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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