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발전에 일생을 바친 연정 임윤수 선생 5주기를 추모하는 국악연주회가 10일 저녁 충남 공주시 충남연정국악원 선화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정기연주회 장면이다.
연정 임윤수 선생 5주기 추모음악회
대전·충남 국악 보존 큰힘
“제자들 혼내던 모습 선한데”
대전·충남 국악 보존 큰힘
“제자들 혼내던 모습 선한데”
“풍류를 즐길 줄 아시고 우리 것을 사랑한 분이셨죠. 선생님께 추모 연주회를 바치게 돼 영광입니다.”
10일 저녁 8시 충남 공주시 충남연정국악원 선화당 잔디마당에서 열린 연정 임윤수 선생 서거 5주기 추모음악회를 기획한 지기현(42·국악인)씨는 첫 곡인 ‘비나리’가 연주되자 감회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둥~ 푸둥 두웅~” 나유선씨가 느린 진양조로 거문고 산조를 시작해 흐르는 듯 멈추는 듯 중모리, 중중모리를 넘나들다 빠르게 손을 놀리며 자진모리로 휙 돌아나오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거문고 연주는 연정 선생의 장기. 생전에 그의 연주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심오하게 들려준다”는 극찬을 들었던 터라, 초 가을밤 후학이 그를 그리며 연주한 거문고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
연정 선생은 대전웃다리농악을 알린 영원한 꼭두쇠 고 송순갑 선생과 대전·충남의 국악을 이끈 양대 거목이다. 연정 선생은 191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우연히 들은 거문고 소리에 홀리면서 국악에 빠졌다.
그는 계파 최윤, 현곡 신은휴 선생에게 각각 거문고 이론과 연주를 배우고 호석 임석윤 선생에게서 시조까지 익혀 풍류의 기본기를 모두 익혔다. 그는 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 등과 어울려 전국을 유랑하다 1937년 대전에 정착해 한국시조연합 고문, 한국예총 충남지회장, <중도일보> 기자·기획위원을 거쳐 1981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초대원장, 1997년 충남연정국악원 초대원장을 맡아 국악 보존과 보급에 나섰다.
그는 평생 국악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가야금·시조·단소·대금·현금·양금 악보와 무용·국악 해설집 등을 펴냈다. 그의 자료는 1796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가야금 악보인 <졸장만록>을 비롯해 <악학궤범> 등 화물차 14대 분량에 달한다. 그는 1980년대 초 한 그룹 총수가 수억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고 대전시에 기증했다.
1998년 9월19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팔순기념공연을 마치고 그는 “날이 갈수록 서양악기에 밀려 국악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밝힌 뒤 국악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다 2004년 8월11일 별세했다.
충남연정국악원 노종락 원장은 “생전에 우리 가락을 더 많이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겉멋 든 후학들을 호되게 혼내시기도 했다. 오늘 엄한 듯 즐거운 듯한 옛 표정 그대로 제자들이 차린 연주회를 지켜보셨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연정국악원 제공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연정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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