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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신비로운 자연 품은 한라산은 위대한 스승”

등록 2009-11-12 19:02

산사나이 오희삼씨에게 한라산은 1995년부터 삶의 무대가 됐다. 오희삼씨 제공
산사나이 오희삼씨에게 한라산은 1995년부터 삶의 무대가 됐다. 오희삼씨 제공
‘한라산 편지’ 펴낸 한라산관리사무소 오희삼씨
“이 땅에 살면서 한번쯤은 걸어봐야 하지 않겠나. 해 돋는 일출봉에서 달 뜨는 수월봉까지 억새수풀 흐드러져 황홀한 들판을 지나 우리들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모든 아버지들이 살아왔던 이 땅.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부풀어 올라 푸근한 오름과 오름 사이 오롯한 오솔길을 가로지르며 풋풋한 구상나무 향기 온몸으로 번지는 저 한라산의 원시림을.”

3박4일이 걸리는 제주도 동서종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일출봉에서 수월봉에 이르는 제주도 동서종주를 꿈꾼다. 서울에서 안정된 직장을 다니다 한라산 사진을 찍고 싶어 1995년 1월 한라산국립공원에 들어간 오희삼(44)씨에게 한라산은 위대한 사유의 스승이다.

15년전 사진 찍으러 제주로 이직
사계·동식물 담은 글·사진 실려

그가 최근 펴낸 <한라산 편지>(터치 아트)는 15년 남짓 삶의 무대가 된 한라산을 빼어난 관찰력과 애정을 갖고 그려낸 ‘한라산 소묘’다. 책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듯 한라산의 사계와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동식물이 나타난다.

그에게 한라산은 철학으로 다가온다. 초겨울 바람에 시달리는 나무를 보면서 ‘무표정의 나목에게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파리를 떨쳐 내기 전에 나무의 모든 자양분을 한곳에 모아두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경이를 느꼈다.

그에게 한라산은 제주도라는 나무의 뿌리이며 줄기다. 한라산이 제주도이며, 제주도가 한라산이라고 한다. 그는 봄이 두렵다. 인고의 세월을 딛고 피워낸 파릇한 새순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짓밟고 지나칠 수 있다는 미안함 때문이다. 그래서 풀들도 우리와 같이 생명이 있다는 마음을 갖고 우리의 눈높이를 자연에 맞추자고 한다.

그러나 곶자왈(원시림)과 노루 이야기를 꺼내면서는 개발로 고립돼가는 자연을 안타까워한다. 숲이 아름다운 건 개별적 생명들의 어우러짐에 바탕하는 것인데, 도로와 골프장, 호텔과 콘도미니엄이 건설되면서 인간 중심의 개발로 인해 어우러짐이 파괴되고 곶자왈의 자연성과 수순성이 나날이 상실되는 데 마음 아파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 이 한라산이요, 노을 비끼는 저물녘 땅거미가 내려앉는 이 또한 한라산이지요. 이 땅에 뿌리를 둔 이들에게 한라산은 삶의 시원이자 종말입니다.”


한국항공대에 입학한 뒤 산에 관한 사진을 보면서 산을 알게 됐다는 그는 월간지 <사람과 산>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2007년 5월 해발 8000m급 세계 고봉 10좌를 등정하고 에베레스트 원정 도중 눈사태로 숨진 오희준(당시 37)은 그의 동생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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