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종시 그늘진 ‘행복아파트’
영세민 임대아파트, 충남도·공주시 공사대금 미납에 지연
입주예정 원주민들 “늦어질수록 주민 고통 더 심해져”
입주예정 원주민들 “늦어질수록 주민 고통 더 심해져”
15일 오후 충남 연기군 행정도시 건설공구 1-4 생활권(옛 충남 연기군 남면 갈운리 마을회관 인근)을 찾은 김정수(55·입주 대상자)씨는 텅 빈 행복아파트 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남면 종촌리에서 튀김집을 하다 용포리로 이사했는데 지금은 주민이 없어 돈벌이가 안 된다”며 “이주 전에는 주변에 가내수공업을 하는 집들이 많아 일자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문을 닫아 돈벌 데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주 당시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집이 부족해 사글세를 얻은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주지원금을 다 쓰고 전세 대출금을 헐고 있는 형편”이라며 “행복아파트 건설이 늦어지면 가난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재훈(58)씨도 행정도시 건설예정지에 살던 세입자로, 3년 전 세대당 500만원과 가족 수에 따른 이주지원금과 전세대출금 3000만원을 받고 금남면으로 이사했다. 선씨는 “행복아파트에 입주할 것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행정도시 사업 자체가 공중에 떠버렸다”고 말했다.
행복아파트 입주 대상자는 행정도시 예정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전체 2240가구 가운데 1000여가구로, 이 가운데 행복아파트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은 현재 460여가구다. 나머지 540여가구는 원주민 택지우선분양권(딱지)을 받기 위해 행복아파트 입주를 포기했다.
행복아파트는 세종시 원주민 가운데 세입자,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등 보상금이 3000만원이 안 되는 영세주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2만㎡의 터에 36~60㎡형 500가구 규모이며, 지난 9월 공사를 시작해 2011년 하반기 준공할 계획이었다.
애초 자치단체들은 300억원이 넘는 행정도시 예정지의 공유지 매각대금으로 영세주민이 입주할 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올 1월 토지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행복아파트 건설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 건설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충남도와 공주시가 공사대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아파트 공사비는 총 286억2600만원인데, 이 가운데 충남도가 144억6600만원을 비롯해 연기군 122억8000만원, 공주시 18억8000만원 등을 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난 3월 충남도와 연기군, 공주시에 사업비 분담금의 20%를 납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연기군만 24억원을 냈을 뿐, 충남도는 8개월이 지난 13일 분담금 28억원 가운데 10억원만 냈다. 공주시는 요청받은 4억원 가운데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 추연우 차장은 “9월에 설계를 끝내고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자치단체가 공사분담금을 내지 않았고, 아파트 평형 등에 대한 논의가 늦어져 착공이 지연됐다”며 “연말까지 설계를 공모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고 있는 충남도 행정도시주민지원과 담당자는 “올 예산 계획에 이 아파트 건설 분담금으로 71억원을 포함했으나 도 의회가 ‘세종시 문제를 왜 도가 분담해야 하느냐’고 반대해 전액 삭감됐다”며 “입주 예정자들이 민원을 내 2차 추경예산안에 일단 10억원만 먼저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연기/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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