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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해방뒤 일본에 심은 ‘단일 조국’ 큰뜻 기린다

등록 2009-11-26 21:58

조규훈(1906~2000) 선생
조규훈(1906~2000) 선생
재일동포 민족교육자 조규훈 선생 재조명




동포 자활·인재육성 힘쓴 사업가
졸업생 등 모여 ‘사업회’ 공식활동

“일치단결한다. 조국과 민족을 지킨다. 국가 건설의 초석이 된다.”

1945년 음력 추석(9월 20일) 일본 효고현에서 사업을 하던 제주 출신 조규훈(1906~2000) 선생은 징용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노동자 등 60여명을 모아 태극기를 펼쳐놓고 이렇게 맹세하며 ‘백두동지회’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백두’는 “머리가 백발이 되더라도 조국의 부흥을 위해 힘을 모으자”라는 뜻에서 붙였다. 이를 통해 그는 징용 노동자들을 배를 빌려 조국으로 실어날랐다.

그는 독립 조국을 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학교 설립에 뜻을 두고 1946년 3월 오사카 스미요시구에 일화 200만엔을 들여 건국공업학교와 여학교를 병설학교로 출범시킨 뒤 1949년 5월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백두학원으로 인가받았다. 백두학원은 해방 이후 분단이 강요한 선택을 거부하고 오로지 하나의 조국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태극기도, 인공기도 걸지 않고 중립을 걸어온 것으로 이름 나 있다.

제주 출신 조규훈 선생과 징용 노동자들이 1945년 9월 일본 효고현에서 태극기를 펼쳐놓고 백두동지회를 결성했다.  백두학원 제공
제주 출신 조규훈 선생과 징용 노동자들이 1945년 9월 일본 효고현에서 태극기를 펼쳐놓고 백두동지회를 결성했다. 백두학원 제공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출신인 그는 1923년 일본에 건너가 벌목사업과 제재소, 고무공장 등을 경영하며 자수성가한 뒤에는 조국의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았다. 또 그는 1948년 도쿄에 주일한국대표부 공관 건물을 임대했는가 하면 관사도 구입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전쟁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효고현 가와사키중공업 부속병원 건물을 사들여 해방 직후부터 1951년까지 하루 평균 600여명을 수용해 구호사업을 벌였는가 하면 1946년 조천중학교 건립에 필요한 건축자재를 보내 학교 건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93년 발간된 백두학원 소식지에서 “인종차별과 언어장벽 속에 하루 20시간을 일만하다가 조국의 발전을 위해 젊은 인재들을 육성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사회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런 그의 생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활동이 일본과 그의 고향에서 뒤늦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조천중학교 졸업생 40여명이 ‘조규훈 선생 송덕사업회’를 만들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일본에 조직된 조규훈 선생 현창준비회(회장 이정림)는 26일 제주시에서 생전의 그의 업적을 기리는 설명회를 가졌다.

이 회장은 “9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조국과 고향사랑에 대한 선생의 공적이 묻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기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평생 조국 사랑과 재일동포 사회의 발전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선생의 업적이 조금이라도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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