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 사퇴각오 배수진

“행정도시에 도지사직 걸었다”
물러나면 여권에 부담…선진당 지방의원 16명도 사퇴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불가피 발언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연대투쟁, 지역정치권의 사퇴 결의 등 반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도시 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충열·정만수)는 30일 “정부의 행정도시 전면 백지화는 지역경제를 외면한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원안 추진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저항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공주대책위는 이날 시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은 인제 와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무책임한 말로 마무리한다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떳떳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앞으로 상경투쟁과 전국투어 등 전국적인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국가 미래의 퇴보를 막도록 저항하겠다”고 투쟁방향을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소속 대전지역 지방의원 전원도 국회의원에 이어 대통령의 행정도시 수정 입장 천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지방의원 16명(대전시의원 1명, 구의원 15명)은 이날 오후 모임을 열고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낸 뒤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행정도시 원안사수와 수정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을 고수해온 이완구 충남지사는 이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도지사직 사퇴’를 강하게 시사했다.

이 지사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 집중’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잇따라 출연해, “저는 (그동안 행정도시가 무산되면) 국민에게 도지사직을 건다고 말해 왔다. 이제 제 생각이 대충 정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2월1일) 충청권의 각계각층 인사 500여명을 모시고 대통령의 행정도시 수정추진 발언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제 의견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사퇴를 선택하면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이 사퇴한다는 점에서 친이계 여권이 이끌고 있는 수정안에 타격을 주고 이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퇴하면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이들은 행정도시 건설지역의 민선 도백으로서 현직을 유지하면서 원안 추진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도시무산음모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 홍석하 사무국장은 “주민 여론은 이 지사가 사퇴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고 원안건설 투쟁의 전면에 서서 주민들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참여연대 등 전국 200여 시민단체는 12월1일 공동으로 이명박 정권의 사기행각을 고발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선도사업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정상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행복도시건설청 앞에서 열기로 해, 행정도시 백지화 저지 운동이 전국적인 연대운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송인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