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주민들이 큰말 앞 장벌에서 방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당시는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 뒤 100일이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변에는 시커먼 기름띠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전물질·세포 손상도 정상인 2~4배
환경보건센터, 1만여명 조사…“암발병 우려, 대책필요”
환경보건센터, 1만여명 조사…“암발병 우려, 대책필요”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사고 피해지역 주민들의 유전물질과 세포 손상이 정상인들의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전물질·세포 손상은 암 발병의 원인이어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태안군 환경보건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1년여간 소원·원북·근흥·이원면 등 4개 지역 주민 1만여명과 초등학생 600여명을 상대로 건강 조사를 했더니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피해지역 바닷가 주민들은 ‘8-히드록시티옥시구아노신’ 농도가 1g당 5.32㎍ cr(크레아틴 보정값), 수준으로 일반인 평균 3.3~4.8㎍ cr보다 크게 높았다. 또 지질 산화손상지표(MDA) 농도도 4.46㎍/g cr로 나타나 일반인 평균 1.18㎍/g cr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8-히드록시티옥시구아노신’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우선감시오염물질로 지정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로, 유전물질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지질 산화손상지표는 세포벽이 깨지면 수치가 올라가는데 모두 암환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난다고 보건센터는 설명했다.
이밖에 피해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쌓여 복합적으로 신체 반응을 유발하는 다중화학물질 과민증도 정상인의 2배에 달했다. 또 방제작업에 장기간 참여한 주민들은 천식, 피부염, 결막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정상인보다 최고 4배까지 높았으며, 해안지역 초등학생들의 천식 유병률도 태안의 다른 지역 또래보다 2배가량 높았다.
환경보건센터는 해안지역 어린이들의 영양섭취 정도 및 호르몬 이상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성 조숙증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유전물질과 세포 손상 치료법이 없는 만큼 피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조기 암 검진 사업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우철 조사팀장은 “이 같은 결과는 2007년 12월 사고 당시 대량 유출된 원유 때문에 주민들이 엄청난 양의 유해성분에 노출된 채 장기간 방제작업을 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2차 영향조사와 다른 지역 해안 또는 외국 사례와의 비교 검토를 거쳐 내년 6월께 최종보고서 및 대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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