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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한라산 ‘조릿대 몸살’…처방 알고도 못쓴다

등록 2009-12-23 19:50

한라산 국립공원 내 어승생악 등산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제주조릿대 모습이다. 1985년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소나 말의 방목이 금지되면서 제주조릿대가 지금은 해발 600~1900m 구간에 크게 번식해 특산식물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어승생악 등산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제주조릿대 모습이다. 1985년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소나 말의 방목이 금지되면서 제주조릿대가 지금은 해발 600~1900m 구간에 크게 번식해 특산식물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다.
보호 위해 소·말 방목금지뒤 급증 생태피해
방목 재개-자연보존 어긋나 대책마련 고민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말을 풀어놓는게 좋은가 나쁜가.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국립공원을 뒤덮으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식물 전문가와 공무원들은 소나 말의 방목이 제주조릿대의 왕성한 번식을 막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선뜻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이 천연보호구역인데다 세계자연유산지구이기 때문이다.

23일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한라생태환경연구부에 따르면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퍼진 면적은 해발 600~1900m 구간 244㎢에 이르고 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주변까지 확산돼 조만간 백록담 분화구 안에도 자랄 것으로 보인다.

다년생 볏과 대나무의 일종인 제주조릿대는 1m 안팎까지 자라는 제주 특산종으로, 제주도 자생식물 가운데 가장 많은 면적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이처럼 조릿대가 한라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된 것은 1985년 한라산 정상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릿대는 뿌리 번식을 하고 햇빛을 차단하는 구실을 해 키가 작은 관목식물인 설앵초, 눈향나무, 산철쭉, 털진달래, 시로미 등 한라산 특산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이들의 서식지가 크게 줄면서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한라산 정상 주변에 풀어놓은 소나 말을 볼 수 있었고, 특히 말은 조릿대를 먹어 키가 작은 관목의 성장을 보호하는 등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전문가들은 말 1마리당 1만㎡ 면적 내의 조릿대를 먹는 것으로 추정해 정기적으로 한라산에 방목하게 되면 조릿대에 의한 관목식물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제주시 한라수목원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환경자원연구원의 김현철 연구원은 조사 결과 관목림 지역에서는 조릿대의 줄기 수 밀도가 높으면 종 다양성이 급속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말을 방목하기 전후의 조릿대 생육을 확인한 결과 줄기 길이가 방목 전에 비해 70.2~81.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한라생태환경연구부장은 “조릿대가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특산식물들이 자랄 여지가 사라지고 있으나 보호지역이어서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말의 방목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를 추가 연구한 뒤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소나 말의 방목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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