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유의 이사철인 ‘신구간’을 5일 앞둔 21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삿짐을 차에 싣고 있다. 제주에서는 대한 후 5일째(1월25일)부터 입춘 전 3일(2월1일)까지를 지상을 감시하는 모든 신이 하늘로 올라가는 ‘신구간’이라 하며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사하는 풍습이 있다. 제주/연합뉴스
올 예약, 작년 절반 못미쳐
풍습 고집 않고, 새집 없는 탓
가전·가구 매장도 ‘주름살’
풍습 고집 않고, 새집 없는 탓
가전·가구 매장도 ‘주름살’
오는 25일부터 제주지역의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이 시작되지만, 이삿짐센터 등 관련업계는 예년처럼 특수를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신구간(新舊間)은 제주의 오랜 풍습 중 하나로,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대한 후 5일째(1월25일)부터 입춘전 3일(2월1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이 시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서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오래전부터 전해져왔다. 이 때문에 많을 때는 도민 중 15%가량이 이 시기에 이사를 갔다고 한다. 따라서 신구간은 이 지역의 이삿짐센터는 물론 가전제품 판매대리점, 가구판매업체 등이 1년 중 가장 큰 특수를 누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제주의 독특한 신구간 풍습과 ‘특수’는 점차 옛말이 돼 가고 있다. 21일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제주협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등록된 62개 이삿짐업체에서 신구간 직전 주말인 23일부터 신구간이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 이사 예약을 받은 건수는 업체별로 하루 1~3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하루 6~7건에 견줘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이 기간에 이사 건수가 줄어든 것은 주민들이 더는 신구간 풍습만을 고집하지 않는데다, 올해 들어 이 기간을 겨냥해 짓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15년째 이사업계에 종사하는 ㄱ이삿짐업체의 김권일(51) 팀장은 “신구간에 집을 옮겨야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올해의 경우는 이사 건수가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며 “점차 신구간에 대한 개념도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이사가 전례없이 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방증이다.
이러다보니 이삿짐업체들은 신구간 특수는커녕 물량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하는 마당이다. 제주도용달화물자동자운송사업협회에 소속된 650여명의 개인용달차주들은 이 기간 현저하게 떨어진 이사 예약 물량으로 벌써부터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한해 1만가구를 웃돈 제주지역 신구간 이사가구 추정치는 2008년 5000가구, 2009년 3000여가구였다.
한편,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 기간에 재사용할 수 있는 중고물품을 교환하는 장터를 연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특히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가구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화물차량 29대를 동원해 무료이사도우미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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