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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퍼가도 마르지 않는 우리동네 ‘나눔 사랑’

등록 2010-01-21 22:12

전남 목포시 옥암동 동사무소 한켠에 놓인 쌀 뒤주에서 주민들이 쌀을 담고 있다. 옥암동 제공
전남 목포시 옥암동 동사무소 한켠에 놓인 쌀 뒤주에서 주민들이 쌀을 담고 있다. 옥암동 제공
목포 옥암동·광주 금호동 ‘사랑의 쌀’
‘누구든 부끄럽지 않게’
교회·고사리손 기부에
개업 선물 쌀 받기도
조선 중기 양반 고택인 전남 구례 운조루에는 오래된 뒤주 한 개가 있다. 이 뒤주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누구나 능히 뒤주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름 66cm, 높이 114cm인 원통형 뒤주에는 쌀 세 가마니를 담을 수 있다. 집 주인은 안채로 통하는 헛간에 뒤주를 두었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었다.

전남 목포시 옥암동사무소는 운조루 뒤주에 담긴 나눔 정신을 잇고 있다. 옥암동 동사무소 현관 모퉁이 한 켠엔 쌀 뒤주함이 놓여 있다. 옥암동사무소는 새마을 부녀회가 2005년 말 옥암동 새마을경진대회에서 받은 포상금을 기부하자 논의 끝에 ‘나눔의 쌀 뒤주함’을 운영하기로 했다. 뒤주 옆엔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라는 글귀를 걸었다.

옥암동 쌀 뒤주엔 1년에 20㎏들이 쌀 120~150포를 담아 놓는다. 월요일마다 쌀 3포대를 뒤주에 채운다. 어려운 이웃들이 한 달에 10~15포대 분량의 쌀을 퍼간다. 옥암동 동사무소 박병무(46)씨는 “쌀을 넣어 놓으면 금방 없어져요. 소문이 나 멀리서도 오셔요. 자녀들이 있어서 기초수급자도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특별히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기 어려운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시지요.”라고 말했다.

뒤주를 채우는 쌀 기부자는 다양하다. 지난 10일 인근 ㅎ교회에서 뒤주에 쌀을 채웠다. ㅊ교회에서 쌀 100포대를 기부하자 20포대는 뒤주용 쌀로 남겨 두었다. 한 주민은 최근 개업식을 하며 화환 대신 받은 쌀을 기증했다. 학생들의 좀도리쌀도 뒤주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 ㄷ어린이집 어린이 200명이 편지 봉투에 쌀을 넣어와 뒤주에 부었다. 옥암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단 한 사람이라도 뒤주 덕분에 끼니를 이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판단해 365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금호1동도 2006년부터 ‘행복나눔 사랑의 쌀 뒤주’를 운영하고 있다. 주마다 20㎏짜리 쌀 20포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 금호1동은 기초수급자와 저소득층 세대가 많아 뒤주의 구실이 요긴하다. 주민 13명과 1개 단체가 고정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강진군 군동면사무소도 2006년부터 사랑의 뒤주를 통해 정을 나누고 있다. 군동면사무소 관계자는 “쌀 기부가 들어오면 차상위 가정이나 조손가정, 홀몸노인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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