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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불꽃처럼 살다 간 그대 노래 다시 여기에

등록 2010-02-04 23:29

김남주 시인 추모제 7일 옛 5·18 묘지서
김남주 시인 추모제 7일 옛 5·18 묘지서
김남주 시인 추모제 7일 옛 5·18 묘지서
광주전남작가회의·기념사업회
추모시 낭송 등 시 정신 재조명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시인이자 전사였던 고 김남주의 시 ‘노래’ 중 처음 대목이다. 남도의 정서와 운율이 낱말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든다. ‘노래’는 산골의 파랑새, 들판의 들불을 거쳐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로 끝을 맺는다.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이 시에 선율을 붙여 노래 ‘죽창가’를 만들기도 했다.

칼날처럼 날카롭게 풀잎처럼 부드럽게 한 시대를 살다간 민족시인 김남주(1947~1994)씨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고재종)와 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는 오는 7일 오전 11시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묘지에서 16돌 추모제를 마련한다.


추모제는 옛 5·18묘지 한켠에 있는 그의 무덤 앞에서 박두규 시인의 추모시 낭송, 김씨의 육성으로 시 ‘마지막 인사’듣기, 시비제작과 생가복원 등 기념사업 보고, 부인 박광숙·아들 김토일·동생 김덕종씨 등 유가족 인사, 헌화와 분향 순으로 이어진다. 추모객들은 이어 광주시 북구 용봉동 중외공원에 세워진 시비 ‘노래’를 찾아 저항과 서정으로 응축된 그의 시세계를 되새긴다.


지난해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묘지에서 열린 민족시인 김남주 추모제 김남주기념사업회 제공
지난해 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묘지에서 열린 민족시인 김남주 추모제 김남주기념사업회 제공

그는 1970~1980년대 시를 무기로 군부독재에 맞섰다. 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에 얽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9년 동안 복역한 뒤 88년 가석방됐다. 투쟁의 대오 안에서 틈틈히 쓴 시로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사상의 거처> <사랑의 무기> 등 시집 10여권을 냈다.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시편들이 널리 애송되면서 ‘함께 가자 우리’‘자유’ 등 상당수가 노래로 만들어져 불려졌다.

47살이던 94년 2월13일 투옥의 후유증으로 얻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은 해마다 기일 앞 일요일에 불꽃같았던 그의 시와 삶을 기려왔다. 시인 김경윤씨는 “시대가 거꾸로 가면서 김남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름다운 사회를 꿈꿨던 그의 시정신이 부활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생가인 전남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엔 초가 2동을 복원하고 실물 크기 흉상, 대표시 5편의 시비, 감옥을 재현한 창작 체험실 등을 설치해 문학공원을 조성했다. 011-9602-2974.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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