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영산성지고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한 학부모의 회고담을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성지고 제공
영광 대안학교 영산성지고 졸업식
“보듬어준 선생님에 감사”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난 10일 오전 전남 영광의 대안학교(특성화학교)인 영산성지고 졸업식장에서 서명석(46·경기 수원시)씨가 아이들 앞에 섰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3년 전 ‘빗물에 질컥거리는 비포장 길로 접어들자 차를 세우고 아이와 말없이 먼 산을 바라 보았던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들(김웅비·18)은 일반고에 입학한 뒤 ‘앉아 있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일탈행동을 보였다. 여름방학이 되기도 전에 학교에서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며 전학을 권유하자 절망감이 밀려 들었다. 성지고를 찾아온 웅비에게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교사였다. 성지고는 교사 15명 중 12명이 기숙사에서 살면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웅비는 방학 때면 청소년들을 상담·지도하는 청소년수련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청소년상담사로 진로를 정하고 청소년교육상담과에 합격했다. 서씨는 “잘못도 사랑으로 보듬으며 지켜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서씨의 회고담에 공감한듯 눈시울을 붉혔다. 재학생, 선생님 모두가 영상을 통해 ‘참고 기다리고 많이 안아준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앞으로도 남을 배려하며 잘 살기를 바란다’는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36명의 졸업생 모두에게 공로상, 화목상, 정진상, 기능상 등 개인적 특성에 따라 상을 줘 격려했다. 졸업생들도 학교를 찾아와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고진형 성지고 교장은 “그동안 마음을 졸였던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변화에 감동하며 졸업식 때 눈물을 보이신다”고 말했다. 원불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영산성지고는 올해로 43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역사를 쌓았다. 1997년 12월 전국 최초로 교육부 인가를 받은 뒤 특성화 고교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마음을 치유해주자’는 목표를 내세웠다. 학생들은 교과 과목 외에도 도자기·댄스·만화·영화·방송 분야를 공부하며 길을 찾아갔다. 올해도 90% 이상이 적성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다. 요즘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학부모 심층 면담까지 치러서 입학생을 선발한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조경학과에 합격한 남구목(18·경기도 안양시)군은 “밤 8~9시에 하루의 이야기를 적어보는 ‘마음일기’가 고민을 쪼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무엇보다 공부에 찌들지 않고도 내가 하고 싶은 길을 찾았기 때문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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