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갱도진지’ 빛바랜 보강공사
‘셋알오름’ 철구조물만 설치…“강제동원 상황 등 담아야”
일제는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의 공세로 퇴각을 거듭하다 막바지에 이르자 제주도를 본토 수호를 위한 ‘결7호작전’의 거점지역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1945년 상반기 제주도에 결집한 일본군만 조선인 징병자를 포함해 6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됐던 오키나와처럼 제주도를 ‘제2의 오키나와’로 간주했던 일제는 연합군과의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곳곳에 수많은 갱도진지와 비행장 등 각종 군사시설을 건설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일대는 그런 시설이 건설된 대표적인 곳이다. 자연풍광이 빼어나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의 주변 지하는 미로처럼 얽힌 인공동굴(갱도진지)이 그대로 남아있다. 제주 역사기행에 나서는 국내외 답사객들이 종종 찾는 이들 갱도진지가 건설된 지 60여년이 지나면서 붕괴 우려가 있자 제주도가 송악산 맞은편 셋알오름 지하의 갱도진지(등록문화재 제310호·사진) 일부 구간에 대한 보강공사를 벌여 최근 끝냈다. 각종 연료나 탄약고, 사령부 등의 용도로 건설된 셋알오름 갱도진지는 길이만 1021m에 이르고 갱도내 높이는 2.5~3.5m, 너비 2.7~4.7m나 돼 차량이 드나들 정도의 규모로 제주지역에서는 가장 큰 갱도진지다. 도가 이번 공사를 벌인 구간은 갱도진지 들머리 구간 200여m로, 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갱도진지 안에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구조물 위에는 흙이나 돌 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판을 덮었다. 도 관계자는 “안전진단용역을 실시해 구조 검토를 했으며, 이를 토대로 갱도진지의 붕괴에도 안전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내판 설치나 조명시설 및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이번 보강공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내판은 탐방객들이 찾을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고, 철제 구조물만 설치돼 있어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의 한 연구원은 “갱도진지를 만들 당시 일제의 대대적인 제주도민 강제동원 상황이나 갱도진지의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 없다”며 “앞으로 추가 보강공사를 하게 되면 전문가들의 자문과 함께 당시 일제가 발간한 자료들을 참고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