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힘을 모아 지름 1m, 길이 200m, 무게 40t인 큰 줄을 옮기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제공
500년 전통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7일 개막
40톤 ‘왕줄’ 당겨 ‘천안함 고통’ 나누기로
40톤 ‘왕줄’ 당겨 ‘천안함 고통’ 나누기로
충남 당진의 민속축제인 ‘2010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무형문화재 제75호)가 7일부터 10일까지 당진군 송악읍 기지시리 일원에서 ‘500년 대화합의 비나리’를 주제로 막이 오른다.
500여년 이어진 기지시 줄다리기의 상징은 ‘줄’이다. 줄은 직경 1m, 길이 200m, 무게 40t에 달해 파이프라인을 연상케 할 만큼 거대하다. 연인원 1800여명이 40여일을 꼬박 줄을 꼬아야 한다. 기지시 줄다리기에는 바다에서 일어난 큰 재앙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이겨냈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축제조직위원회는 6일 “올 행사는 줄다리기의 천안함 침몰로 비탄에 잠긴 가족들과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축제 첫 날인 7일에는 당제와 용왕제가 거행되며, 8일에는 전국농악경연대회와 초·중·고 씨름대회 및 줄다리기 대회, 투호대회, 읍면 솟대경연대회가 열리고 9일에는 읍면·단체·직장 줄다리기 대회, 윷놀이 대회, 국제 줄다리기 심포지엄이 이어진다. 축제의 백미인 큰줄다리기는 10일 열리는데 1천여명이 참여해 줄을 옮기는 ‘줄나가기’부터 암수 줄을 연결하는 ‘줄결합’에 이어 줄다리기를 펼친다. 줄나가기와 줄다리기에는 1천여명의 농악패와 수백개의 깃발, 직접 줄을 잡은 수천명의 참가자들이 어울려 신명나는 한마당을 선보인다.
또 8~9일에는 줄다리기 국제스포츠경기인 제8회 아시아줄다리기선수권대회가 당진 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8일에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11개국과 국내 40팀, 당진지역 아마추어 12팀이 참여하는 아시아 오픈클럽대회, 9일에는 11개국이 겨루는 선수권대회가 각각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참가자들은 도자기 제작·한지공예·씨름·떡메치기·천연염색·농악 등 전통 활동도 체험해보고 실치회·간재미무침 등 먹거리로 맛볼 수 있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구자동 회장은 “민초들이 500년 동안 이 줄다리기를 지켜온 것은 한사람, 한사람이 힘을 보태면 거대한 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격려하고 화합하면 역경을 이길 수 있다는 진리를 후세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올 축제가 이런 의미를 살려 천안함 유가족을 위로하고 국민이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조선 선조 때 아산만이 터져 순식간에 5개 면이 바다에 침수되고 전염병이 퍼진 사건에서 비롯했다. 당시 한 풍수가가 마을 지형이 옥녀가 베를 짜는 형상이니 윤년마다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줄을 당겨야 재난이 닥치지 않는다고 말해 줄다리기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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