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옛 목포 일본 영사관, 광주극장.
‘퇴물 취급’ 근현대 건축물
역사성 살려 새단장 바람
광주·군산 등 지자체 나서
역사관·공연장으로 변신중
역사성 살려 새단장 바람
광주·군산 등 지자체 나서
역사관·공연장으로 변신중
광주·군산·목포 등 호남지역 도시들이 근현대 건축물의 외관을 보존하고 기능을 되살리는 도심재생 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광주시는 25일 “옛 도심인 금남로와 충장로의 근현대 건축물 3동을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2013년까지 468억원을 들여 건물 매입, 이설 대책, 내부 개축 등을 추진한다. 시는 최근 도시개발 과정에서 시민의 애환이 서린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남광주역, 전남대 정문 등이 속절없이 헐리면서 ‘아쉽고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자 재생사업에 관심을 돌렸다.
이런 방향 전환에 따라 금남로 광주가톨릭센터는 인권센터, 충장로 광주극장은 예술영화 전용극장, 수기동 현대극장은 뮤지컬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특히 광주가톨릭센터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윤공희 당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이 유혈 진압의 참상을 목격하고 진상을 만방에 알려왔던 공간이어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리기로 했다. 시는 1970년대에 지상 7층·지하 1층 연면적 5639㎡로 지어진 건물을 개축해 인권전시관, 5·18자료관, 인권단체실,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한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호남에서 가장 큰 1000석 규모로 건축된 광주극장은 복합영화관이 밀려들자 1년에 2~3만명 정도만 찾아오는 단관으로 전락해 옛 명성을 잃어갔다. 시는 이곳에 390석짜리 예술영화 전용극장, 영화체험관, 영화박물관 등을 만들어 추억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60년대 780석으로 문을 열었다가 폐업한 현대극장엔 208석, 146석짜리 뮤지컬 공연장 2곳을 만들고 연습실, 분장실, 조명실, 음향실을 설치한다. 이 극장은 무대 면적이 넓고 1~2층 객석이 연결된 구조 덕분에 작곡가 안익태의 교향악이 연주되기도 했던 곳이다.
서병호 시 문화수도기반시설 담당은 “애초 조사했던 전남여고, 광주동부서, 광주우체국 등 후보지 9곳 가운데 이설과 활용이 가능한 3곳부터 추진한다”며 “2014년 옛 전남도청 터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는 것을 상정해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군산시는 올해 22억원을 들여 장미동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옛 나가사키18은행 군산지점을 복원해 전시관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1923년 건립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문화유산이지만 여태껏 흉물로 방치됐다. 시는 6월께 조선은행의 지붕과 외벽을 고치는 공사를 발주하기로 했다. 나가사키18은행은 설계용역 중이다. 또 시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일본주택이 많았던 월명동 일대를 정비해 역사문화체험지구와 문화예술창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목포시는 옛 도심에 있는 근현대 건축물을 복원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시는 개항기인 1897년 지어져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옛 목포 일본영사관을 근대역사관 1관으로 쓰려고 20억원을 들여 개축중이다. 목포시는 이미 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을 근대역사관 2관, 옛 호남은행 목포지점을 목포문화원, 옛 절집인 동본원사 목포별원을 문화센터로 탈바꿈시켰다.
박병해 시 문화유산계장은 “옛 동본원사 터는 애초 주차장으로 쓰려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문화센터로 바꿨다”며 “역사와 애환이 깃든 건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전주/안관옥 박임근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각 지방정부 제공
왼쪽부터 광주가톨릭센터, 조선은행 군산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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