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 동호회’ 대숲 사계 그린 사진전
“지역 홍보” 뜻모아 5월 1일부터 담양 전시회
대나무 생태 낱낱이…죽공예장인 작업모습도
대나무 생태 낱낱이…죽공예장인 작업모습도
‘죽향 동호회’ 대숲 사계 그린 사진전 “대나무 이파리에 단풍드는 것 보셨나요?” 대나무는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대숲에는 사진에 필수인 빛이 약하다. 어두우니 저속으로 찍어야 한다. 저속으로 촬영하면 흔들리기 십상이다. 빽빽히 솟구친 대숲은 구도를 잡기도 만만치 않다. 조형미를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뻣뻣함을 피하려면 운율도 담아야 한다. 하지만 대나무를 찍다보면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 수도 있다. 5월이면 대숲의 10%쯤 되는 이파리에 붉고 노란 색조의 단풍이 든다. 이 이파리가 떨어진 자리에는 연둣빛으로 새 이파리가 돋아난다. 대나무의 생태와 죽세공의 숨결을 담아온 ‘죽향사진동호회’가 다음달 1~5일 전남 담양의 대나무 박람회장에서 사진전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는 맑고 연한 봄날의 죽순부터 청백이 어우러진 겨울의 설죽까지 대숲의 사계를 담은 사진들이 선을 보인다. 전통 죽세공예의 명맥을 이어온 대금 장인 김성남, 채반 장인 이동월, 뒤주 장인 안춘홍씨의 작업 모습도 기록해 내놓는다. 이 모임은 2001년 6월 담양의 자연과 주민의 모습을 기록해 지역을 널리 알리겠다는 뜻으로 출범했다. 사진을 좋아하는 군청 공무원 17명이 동참했다. 초기 5년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지만, 2006년부터는 담양의 명품 대나무숲과 죽세공예 장인들을 주제로 전시를 해왔다. 이 모임은 매달 둘쨋주 토요일 출사와 세쨋주 월요일 평가회를 반복하며 기량을 닦아왔다. 대나무 전문 사진가인 라규채씨가 처음부터 이론과 실습을 이끌었다. 대나무를 보러 중국 베이징, 일본 후쿠오카, 인도 라다크, 미얀마 다간 등지로 국외출사를 가기도 했다. 지도위원 라씨는 “회원들이 대나무 사진을 처음 찍었을 땐 구도와 색조가 비슷했다”며 “경륜이 쌓이니 같은 장소에 가도 다른 표현들이 나올 만큼 발전했다”고 전했다.
이 모임은 창립 10돌을 맞는 내년엔 담양의 대숲·정자·축제·음식·장인 등을 기록한 작품집 <대숲 맑은 담양>을 출간하고, ‘대나무골에서 살고 싶다’ 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이 10돌 전시가 끝나면 지역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는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총무 정선미씨는 “카메라에 대나무의 푸르른 기상과 꼿꼿한 절개를 담다보면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 온다”며 “지역 홍보대사라는 자부심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전시 동안 인근 죽녹원과 관방제에선 대나무를 소재로 공예대전, 뗏목타기, 낚시하기, 술담그기, 악기공연 등을 펼치는 담양대나무축제가 열린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죽향사진동회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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