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정명여고 “종교적인 이유” 불허
20년 전 학내 민주화 시위 도중 분신해 숨진 전남대생 박승희씨의 흉상이 제작된 지 8개월이 지났어도 모교인 목포 정명여고에 세워지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승희열사 추모비 건립추진위(위원장 서창호)는 19일 “지난해 4월 목포 정명여고 쪽이 박씨의 흉상과 화단을 만드는데 동의해 한 달 뒤 각계인사 77명으로 추진위를 구성했다”며 “서명운동, 주점운영, 기금모금 등으로 2300만원을 모아 지난해 말 흉상을 제작했지만 학교쪽이 태도를 바꾸면서 8개월째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지난 2월 흉상을 세울 장소를 협의하러 학교를 방문했으나 “종교적인 이유로 세울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재단과 교장은 약속한 대로 흉상 설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진위를 오는 23일 목포시 남양동 정명여고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약속의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학교 앞에서 1인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백경호 추진위 집행위원장은 “기독교재단인 학교법인의 일부 보수 인사들이 흉상 설치를 못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박씨의 민주화 열망과 민족 정신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1990년 목포 정명여고를 졸업하고 전남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해 교지 <용봉>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씨는 이듬해 4월29일 전남대 학생회관 앞에서 시국집회를 지켜보다 “노태우 정권타도 하고 미국놈들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한 뒤 21일 만에 숨져 광주 망월동묘역에 묻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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