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의회서 만든 ‘문화재 시민위 조례’ 따라 지원금
선의 시민단체 피해…“특정위 위한 조례 폐기를”
선의 시민단체 피해…“특정위 위한 조례 폐기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다시 찾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 ‘문화재 찾기 시민위원회 조례’가 유명무실해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서울시가 이 조례를 근거로 올해 들어 회의 한 번 하지 않은 시민위원회를 지원하면서, 실제로 문화재 환수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지원에는 인색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14일 현재 서울시는 지난해 3월 공포된 ‘서울특별시 문화재 찾기 시민위원회 조례’에 따라 34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두고 있다. 시민위원으로는 제7대 서울시의원 13명과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김형남 문화재제자리찾기 법률고문, 정법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등 불교계 인사들로 시의원 13명은 전원 한나라당 소속 전 시의원들이다.
조례에 따라 이들 임기는 2년으로 2011년 4월까지다. 그러나 시민위원으로 참여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대부분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떨어져, 직책을 유지하면서도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시민위원회 회의가 열린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이 조례는 서울시의회 불자회 총무를 지낸 부두완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정한 것으로, 당시 서울시를 장악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3월에는 채봉석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시의원 9명이 시예산으로 시민위 운영과 사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공동발의해 통과시켰다. 외유성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해외 현지 시찰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서울시는 의회가 졸속으로 마련한 조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민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위원 구성도 균형을 잃었지만, 의회에서 마련한 조례에 집행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태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 환수 업무와 해외 문화재 조사 업무는 각각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어 지방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화연대와 함께 외규장각 약탈문화재 반환 운동을 벌이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서울시는 ‘유령 위원회’에 시민의 세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문화재 환수를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난 의회가 졸속으로 마련한 조례를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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