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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30초 클릭 전쟁…장애인 울리는 ‘행복콜’

등록 2010-10-20 11:06

광주 장애인용 콜택시 턱없이 부족…500명당 1대꼴
인터넷·전화 예약 불통 일쑤…증차 요구 천막농성
뇌병변장애 1급인 박용일(43·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씨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그날의 기분은 장애인 복지시설로 자신을 실어다줄 ‘행복콜택시’를 예약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언어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그는 전화 예약은 아예 생각조차 못한다. 이 때문에 아침 7시50분부터 시작되는 인터넷 예약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인터넷 예약은 30초 만에 끝난다. 아침마다 전쟁에 나가듯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장애인들이 가족과 활동보조인을 동원해 인터넷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9월 말까지는 용케도 엿새 중 사흘은 예약할 수 있었다. 10월 초가 되면서 택시가 줄었는지 잘해야 엿새 중 하루 정도 어렵사리 예약에 성공한다. 예약을 못 하면 그날은 좋아하는 보치아 경기도 홈피 꾸미기도 물건너간다. 그런 날은 속절없이 서글퍼져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는 19일 광주시청 앞의 장애인 천막농성장에 합류했다. 날씨가 쌀쌀해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지만 내년의 행복을 위해 ‘행복콜택시’를 늘려달라는 시위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다.

광주장애인차별연대 회원 50여명은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복콜택시를 현재 30대에서 50대로 20대 늘려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치료시설이나 복지시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내년에 콜택시 20대 증차와 차량당 운전원 2명 배치를 약속해 달라”며 “행복콜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하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광주시의 답변을 들을 때까지 밤샘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 행복콜택시(gjtsc.com)는 하루 이용량 240여건 중 120여건은 매일 아침 7시50분부터 5분간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다. 나머지 120여건은 전화(062-383-0130)로 예약을 받는다. 이용료가 택시의 30% 정도로 싼 덕분에 인터넷 예약은 30초 안에 마감되고, 전화 예약은 하루에 걸려오는 2000통 가운데 5~6%만 성사된다. 통화량이 폭주하다 보니 통화 자체가 어려워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행복콜택시 이용대상은 1·2급 장애인, 3급 지체·자폐 장애인, 휠체어를 타는 65살 이상 노인 등 모두 1만7000여명에 이른다. 한대당 500여명이 넘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규정된 200명당 한대보다 두배 이상 초과한 현실이다. 수요에 맞추려면 80여대로 늘려야 한다.

시는 해마다 10대씩 늘려 2015년까지 80대를 채운다는 계획이지만 대당 3500만원에 이르는 구입비와 1명당 월 130만여원인 운전원 인건비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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