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 50%와 달라 평등교육권 침해”
광주 보문고 응시생 승소…소송 잇따를듯
광주 보문고 응시생 승소…소송 잇따를듯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지원 자격을 교과성적 상위 30% 안으로 제한한 조처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0부(재판장 선재성)는 25일 광주 ㄱ중 3학년 김아무개(15)군의 부모가 광주 보문고 재단인 학교법인 보문학숙을 상대로 낸 ‘신입생 모집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상위 30% 이내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특별히 (교과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우대하는 조처여서 헌법의 평등 원칙과 교육기본법에 어긋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성적 상위 30% 이내로 제한한 것은 교과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 전형으로서 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금지된 것”이라며 “성적 30~50%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전체적으로 성적 30% 안에 있는 학생들한테 뒤떨어져 자사고 학습이 어렵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의 효력 범위를 두고는 “신청인과 보문학숙 사이에만 적용된다”며 “신입생 모집제도 전반을 무효로 한 것은 아니므로 이후 전형은 예정대로 시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가처분 신청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군은 석차 백분율이 42.8%라는 이유로 원서 접수가 거부됐으나, 이날 결정으로 원서를 접수한 지원자라는 지위를 얻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성적 상위 30% 제한’에 막혀 자사고에 지원하지 못한 석차 백분율 31~50% 학생들이 잇따라 유사한 가처분을 내거나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청 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결정의 효력이 형식적으론 신청인과 보문학숙으로 제한되지만, 실제적으론 ‘상위 30%’ 규정을 둔 자사고에 모두 적용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원 자격을 성적 상위 30% 이내로 제한한 경기·인천·대구 등 12개 시·도의 자사고들의 내년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이 균형을 이루는 성적 50% 제한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고 지원 자격이 서울은 상위 50%이고, 지방은 30%인데 지역간 차별을 인정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상갑 변호사는 “재판부가 ‘성적 상위 50% 제한’을 수용한 부분은 근거나 기준을 별도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상위 30%로 제한해 원서를 마감한 자사고는 추가 모집을 통해 기회를 넓혀야 하고, 전형을 앞둔 자사고는 새로운 지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국교육의원협의회를 통해 전국 자사고 모집요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자사고의 신입생 모집 전형은 올해 12월5일까지 마쳐야 한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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