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영화제추진위 회원들이 지난 2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광장에서 영화제 성공을 기원하는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영상창작단 ‘틈’ 제공
늦게 배운 영상매력에 흠뻑
‘보고싶은 영화, 이웃과 함께’
19~21일 G시네마서 결실
‘보고싶은 영화, 이웃과 함께’
19~21일 G시네마서 결실
“임순례 감독을 닮고 싶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잖아요.”
광주여성영화제를 준비중인 주부 김채희(37)씨는 요즘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만든 임순례 감독처럼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는 꿈이다. 그는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며 4년을 집에서 보냈다. 2008년 9월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다소 여유가 생기자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여성과정에 등록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갔어요. 카메라를 만지고 동영상을 편집하는 재미에 푹 빠졌죠.”
그는 영상의 매력에 홀리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다. 지난해 2월에는 여성과정 수강생 최순영·김화순·김경심·김혜림씨랑 의기투합해 여성영상창작단 ‘틈’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전혀 영상을 몰랐던 30~40대 평범한 아줌마들이었다. 동아리 이름인 ‘틈’에는 바빠도 틈틈이 찍자, 서로 빈틈을 메워주자, 누구도 보지 않던 틈을 들여다보자, 제작자와 관람자의 대화를 터보자 등 여러 뜻이 담겨 있다.
‘틈’은 결성 이후 2년 동안 농촌 여성의 현실을 다룬 <수자씨 순애씨>를 비롯한 작품 10여편을 만들었다. 지난 6월에는 농촌마을 여성의 도농간 꾸러미 직거래를 담은 다큐 <우리 텃밭>으로 영호남 시민영상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저력을 보였다. 이들은 수상 뒤 “작품을 우리끼리 보지 말고 이웃들과 함께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이왕이면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가져다 같이 보자”는 제안이 보태졌다.
입소문이 나자 광주여성센터가 거들었고, 여성단체연합·진보연대·광주시민센터 등 단체 20여곳이 광주여성영화제추진위를 꾸렸다. 김씨는 추진위의 사무국장을 맡았다.
추진위는 넉달 동안 작품을 고르고, 예산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달엔 전남대와 증심사 등지에서 홍보활동을 벌이고 곳곳에 포스터 700여장을 붙였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제1회 광주여성영화제는 19~21일 동구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지(G)시네마에서 ‘나 여기 있어’라는 주제로 열린다. 개막작은 용산참사 이후 여성 23명의 분투를 그린 <23×371일-용산 남일당 이야기>, 폐막작은 이혼 여성의 메말라가는 일상을 묘사한 <어떤 개인 날>을 준비했다. 관람은 무료이고, 놀이방과 관객카페가 운영된다. (062)430-6560.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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