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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악기 연주하며 마음 부자 됐어요”

등록 2010-11-16 19:49수정 2010-11-17 17:24

저소득층 초·중·고생 오케스트라 ‘여수열린합주단’
저소득층 초·중·고생 오케스트라 ‘여수열린합주단’
저소득층 초·중·고생 오케스트라 ‘여수열린합주단’
정한수 목사 부부 2003년 구성
매년 노인시설 등서 ‘음악 봉사’
‘엘 시스테마’와 합동 공연 도전

  “자, ‘올챙이’ 한번 해보자. 개인 연습 좀 했어?”

지난 14일 오후 전남 여수시 광무동 여수열린지역아동센터 1층에서 동요 ‘올챙이와 개구리’ 합주 연습이 시작됐다.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산동네에 바이올린 플룻 첼로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첼리스트 출신의 지휘자인 박영집(43)씨는 “자, 플룻부터. 스~타~카~토. 딱, 딱 끊어서. 음, 좋아요”라며 악기끼리의 미세한 불협화음을 교정해줬다. 지난해 3월부터 일요일마다 합주를 무료로 지도해온 그는 “아이들의 마음이 순수해서인지 스폰지처럼 쑥쑥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모두 29명으로 구성된 이들 여수열린합주단 단원 대부분은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한부모나 조손 가정의 초·중·고생들이다.

  플룻 연주단원인 임진영(17·가명·고2)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바이올린을 처음 만져 보았다. 임군은 외항선원인 아버지가 배를 타고 멀리 나갈 때면 새 엄마가 있는 집에 잘 들어가지 않고 산동네를 배회했다. 임군을 음악의 세계로 이끈 것은 정한수(54) 목사와 부인 이인애(52)씨였다.

  1991년 이곳에서 전국 최초로 공부방을 열고 법제화도 제안해 오늘날 3500여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생겨나게 한 원조격인 부부는 2003년 오케스트라 창립에 도전했다. 언젠가 공부를 싫어하던 한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도자기 만드는 일에 빠져 있는 광경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시켜야겠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악기 연주”라고 판단했다. 마침 한 기업의 후원으로 바이올린 5개·첼로 2개·플룻 1개·클라리넷 1개·비올라 1개를 장만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강사였다. 아이들의 첫 음악 스승은 동네 이발사 강준아(68)씨였다. 음악이 좋아 바이올린 첼로 플룻을 독학으로 익힌 무명의 연주자였던 강씨는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훌륭한 ‘음악 교사’였다. “연주가 너무 어렵다”며 울기도 하던 아이들은 점차 악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제 어엿한 학교 관악부원인 진영군은 “악기는 부자들만 배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 마음이 부자다. 앞으로 일본에 가서 재즈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년 멤버인 안영근(21·원광대 음대)씨는 아예 음악 전공으로 길을 바꿨다.


   이들은 매년 10여 차례 이상 노인시설과 사회단체 행사에서 음악 봉사를 한다. 지난달 23~28일 일본 희망제작소의 초청으로 오사카 재일동포 축제인 ‘원코리아페스티벌’ 개막 연주를 맡기도 했다. 재일동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아리랑> 연주를 듣고 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훌쩍거렸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베네수엘라-한국 청소년 합동 오케스트라 공연 참가 수요 조사에 신청서를 내 새로운 도전을 준비중이다.

  정 목사는 “악기 연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던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와 우리 아이들의 처지가 너무 비슷하다”며 “그들과 악기로 희망을 교감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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