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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빌딩숲 한복판서 100년전으로 ‘짠’

등록 2005-01-18 21:33수정 2005-01-18 21:33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로서 근대와 현대가 공존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로서 근대와 현대가 공존한다.


[미술관옆박물관]

세종로나 새문안길, 돈화문로가 조선의 거리라면, 남대문로와 한국은행 앞 광장은 일제의 거리다.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이라고 흔히 부르는 정동길은 조선과 일제 시대 사이에 낀 이른바 구한말 개화기의 거리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 복판으로 들어가면 로터리가 나오고 그 왼편으로 중세 고딕양식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건물쪽으로 난 작은 숲길을 걸어 올라가면 이 고딕 양식이 건물이 앞면에만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뒤쪽은 유리를 많이 사용한 현대적인 양식을 띠고 있다. 바로 옛 대법원이자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1895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재판소인 평리원이 있었고, 1928년에는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해 구금했던 일제의 경성재판소가 지어졌다. 이 경성재판소는 광복 뒤 대법원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개조됐다. 이 정동길의 역사처럼 지난 100년의 굴곡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셈이다.

앞쪽은 1900년대 모습
나머진 시원한 모던건축
현대와 과거가 데이트하는 곳

시립미술관은 건축적으로 70~80년의 시간 차이가 공존한다. 서울시는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앞면의 고딕양식은 경성재판소 때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건물의 뒷부분은 모두 헐고 현대적인 양식으로 새로 지었다. 뒷부분은 통유리로 마감해 햇빛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도록 한 말 그대로 ‘모던’한 양식으로 돼 있다.

이 건물의 정문에서 만난 1900년대의 시간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순식간에 현대의 시간으로 돌변한다. 이것은 한층을 올라가고 두번째 층을 올라가면서 더욱더 강화된다. 3층에 올라서면 창 너머로 서울의 고층 빌딩을 보게 된다. 현재의 시·공간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의 눈에 맞춘, 담 없는 미술관’을 내걸고 19세기 바르비종파 밀레에서 20세기 표현주의 샤갈, 21세기 디지털 미디어 아트까지 시대를 오가는 다양한 미술 사조의 작품들을 전시해왔다.

전시실은 층마다 2개씩 여섯개로 꾸며져 있다. 이 가운데 3층에 위치한 특별 전시실이 가장 눈에 띈다. 사다리꼴 모양의 이 전시실은 벽에 조명이 설치돼 밖에서 보면 크리스탈이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생김새만큼 모든 전시실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이진희 학예연구사는 “덕수궁, 정동교회, 정동극장 등이 위치한 고즈넉한 겨울 정동길을 걷다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잠깐 들러 부담없는 미술여행을 해 보라”고 권한다.

무얼 볼까=‘게임·놀이’를 주제로 제3회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디지털 호모 루덴스’전이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게임·놀이가 가진 사회·문화적 메시지와 디지털 시대 ‘놀이하는 인간’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대학로와 홍대 앞 미술관·전시관을 구경하고 도장을 받아오면 예쁜 기념품을 주는 행사를 함께 연다.

▲ 현재 열리는 3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언제, 어떻게 갈까=평일엔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8시에 닫고, 토요일·공휴일은 오후 7시에 닫으며 월요일은 쉰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방향으로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5분만 걸으면 나온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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