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도 ‘적자늪’…연료통 새나
지자체 지원금 해마다 수백억씩…‘요금인상’ 압박
“회계조작·방만경영 등 회사 감독부터” 감사 청구
“회계조작·방만경영 등 회사 감독부터” 감사 청구
광주시민 470명(대표자 이병훈)이 최근 주민감사 청구서를 국토해양부에 냈다. 이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버스회사만 살찌우는 제도로 전락했다”며 “부당하게 쓰인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 대상으론 버스회사의 광고수익 누락, 임금대장 분식, 고용지원금 편취 등을 지목했다.
광주시의회는 이 제도가 시 살림을 옥죈다며 요금 인상을 주문했다. 허문수 광주시의원은 “올해 준공영제 지원금 354억원은 시 예산 부족분 2100억원 가운데 17%나 된다”며 “요금을 100원 인상해 적자 폭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원금을 시민 세금보다는 버스 요금으로 마련하자는 견해였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행중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세금을 축내는 제도로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제도는 자치단체가 노선·수입을 관리하고, 민간업체가 운행·경영을 책임지는 대신 운송 적자는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2004년부터 시내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 도입됐다.
5년 남짓 흐른 요즘 이 제도가 시민들의 편익은 키우지 않은 채 버스회사만 살찌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하고, 버스회사 쪽은 ‘수익은 쥐꼬리’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치단체들은 해마다 불어나는 지원금이 버거워 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 부담이 커지자 부산시는 오는 26일부터 버스 요금을 200원(13.6~21.4%)가량 인상할 방침이다. 버스업계 적자의 50%를 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50%를 버스 이용자가 부담하되, 앞으로 재정 지원금 비율이 버스업계 적자분의 60%를 넘어서면 다시 요금을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15개 시민사회단체와 야 4당이 꾸린 ‘부산시 버스요금 인상안 철회를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인상안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허남식 부산시장이 시민 합의 없이 준공영제를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변경해 버스회사는 세금과 버스요금 인상으로 살찌고, 시민은 등골이 휘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전시도 버스업체 적자보전금이 410억원으로 늘자 내년 상반기에 버스·지하철 요금을 150원(15.8%)가량 올릴 계획이다. 요금이 4년째 동결된 탓에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기획국장은 “버스회사들한테 지원금을 주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교통체계를 개선해 낭비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보전금이 2006년 413억원에서 올해 890억원으로 4년 만에 갑절 이상 늘었다. 보전금이 해마다 100억원 증가하지만 이용객도 꾸준히 늘어나 저항은 아직 없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원금의 쓰임을 철저히 감독하고 노선을 세밀히 점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04년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온 서울에선 서울시 지원금을 받는 버스회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입길에 오르곤 한다. 남재경 서울시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지원금 3000억원을 받는 서울시내 버스회사들이 임원들에게 평균 1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버스회사 66곳 가운데 63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임원 연봉이 1억원에 이르렀다”며 “잘못 집행되거나 임의로 사용된 액수는 회수하거나 다음해 예산에서 삭감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부산 서울/안관옥 김광수 김경욱 기자 okah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전국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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