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옆 꼬치집’ 문화재 화재 우려
삼일문 담에 붙어있어…공원 “철거 공문”
희뿌연 연기가 거리를 메웠다. 오고가는 사람들은 연기를 피해 걸음을 옮겼고, 노인들은 손을 휘저으며 연기를 쫓았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 앞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연기는 삼일문 동쪽에서 피어올랐다. 닭고기 꼬치구이를 파는 거리가게에서 시작된 것으로, 해가 질 무렵부터는 더욱 낮고 넓게 번졌다.(사진)
지난 8일 들어선 이 가게는 공원 옆 종로지구대 뒤편 건물 소유주가 세웠다. 가로 1.5m, 세로 2m, 높이 3m 규모다.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냄새로, 이곳을 찾는 광광객들이나 이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불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 가게가 삼일문 담벼락에 바로 붙어 있어, 탑골공원의 수많은 문화재에 대한 화재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탑골공원은 한국 최초의 근대공원이다. 1897년(광무1년) 영국인 고문 브라운이 설계한 것으로 1991년 10월25일 사적 제354호로 지정됐다. 특히 1919년 3·1 운동 때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독립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다. 탑골공원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팔각정(서울시 유형문화재 73호)을 중심으로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과 보물 3호인 원각사비, 해시계인 앙부일구 받침돌 등 수많은 중요 문화재가 모여 있다.
탑골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손준호(66·용두동)씨는 “탑골공원은 우리나라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며 “도심 속 공원이 온통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해 관광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병희 탑골공원 소장은 “문화재에 대한 화재 위험이 있고, 냄새로 인한 민원이 발생해 지난 15일 종로구청에서 해당 건물주에게 시설물을 자진 철거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이달 말까지 건물주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에 대해 강제철거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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