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은빛하모니 합창단이 지난 7일 광주시 남구 봉선동 귀일민들레집에서 6개월 동안 밤낮으로 연습한 솜씨로 첫 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사람과 풍경
평범한 50~60대 여성들 모여
6개월동안 노래·연주 맹연습
복지시설 찾아 공연봉사 훈훈
평범한 50~60대 여성들 모여
6개월동안 노래·연주 맹연습
복지시설 찾아 공연봉사 훈훈
지난 7일 오후 2시 광주시 남구 봉선동 사회복지시설 귀일민들레집. 바깥 바람은 매서웠지만 강당 안은 열기로 후끈했다. 단원들은 첫 공연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듯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연거푸 찬물을 들이켜고, 멀쩡한 매무새를 고쳐보기도 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장애인 100여명이 휠체어를 타거나 봉사자에 이끌려 강당에 들어섰다. 청중이 자리를 잡자 사회자가 서먹한 분위기를 녹이려 말문을 텄다. “노래 제일 잘하시는 분~~?” “저요, 저요, 저요.” “앞으로 나오세요.” 손을 번쩍 든 귀일원 가족 김연숙(가명)씨가 무대 앞에서 “난 마이크 없으면 노래 안 부른다”고 한참 너스레를 떨었다. 잔뜩 긴장한 채 기다리던 단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드디어 단원들이 은빛 연주복에 연분홍 숄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나뭇잎배’를 합창하고, 오카리나로 ‘섬집아기’를 들려줬다. 청중들이 흔들이와 딱딱이로 박자를 맞추며 흥겨워하자 단원들의 얼굴에 비로소 환한 웃음이 번졌다. 한 시간짜리 공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막바지엔 단원들과 청중들이 손을 맞잡고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를 합창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단원 중 맏언니인 박철주(69)씨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며 “목욕하고 등산 가는 시간을 아껴 배운 노래로 이웃들한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문화원 빛고을 은빛하모니 합창단은 평범한 52~69살 여성 주민 40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5월부터 노후를 보람되게 지낼 수 있게 도우려는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프로그램으로 첫발을 뗐다. 6개월 동안 매주 화·수요일 두시간씩 모여 화음을 맞추고 연주를 배우는 등 맹연습을 했다. 첫 공연을 앞두고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분홍·파랑·하양 등 세 빛깔의 숄과 반짝이가 붙은 드레스 양식의 연주복을 받아들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기도 했다.
이들을 지도한 이미경 예술치료연구소장은 “4분음표, 도돌이표도 모르던 분들이 무대에서 30여곡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며 “음악을 배워 불우한 이웃한테 행복을 선사하겠다는 의욕들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단원들은 이날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세밑에는 나주정신병원을 비롯해 노약자·장애인·청소년 복지시설을 두루 찾아갈 예정이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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